연풍연가
-신태희-
옛적 흘러내린 용암의 길은
바다에 와서야 멈추었다
보풀처럼 일어나는 봄햇살 아래
닳은 소매 끝이나
빛바랜 꽃무늬 치마자락으로
칭칭 감겨드는 해조음
젖은 바람이 한참 머물다 가는
바지랑대 서있는
안거리와 밖거리 사이
적막은 수평으로 들끓는다
빌레 위 물새들은
붉은 발자국 찍어 나르는데
검푸른 파도 앞에 서면
네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녹아 소금이 되곤 하여서
한 번쯤은 바람에 묻어
되돌아오는 것이기도 하여서
그리운 너의 옷자락에
반짝, 매달려 보고 싶기도 하여서
바람은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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