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생선 비늘이 반짝인다.
잿빛 그 바다에 썰어 나가는 물을 따라가면 가슴을 드러내던 갯벌,
미끄덩 빠져버리는 갯가의 추억이 흐르는 바다.
인천은 바다다. 바다는 인천이다.
한 길은 화평동으로, 한 길은 배다리로,
송현동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물길이 있는 곳에 수문을 세워 수문통 길이란 표지석이 옛사람처럼 서 있는 곳.
막힌 혈관으로 매립된 물길위에 사람들은 집을 짓고 길을 내며 살던 동네에 수문통 시장에는 끝다리라고 불리는 바다의 흔적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엔 바다의 그리움이 되 살아나온 듯 온 동네가 물바다 되어 출렁거렸다.
낮은 지대의 습관 같은 바다 가까운 동네.
떨어진 꽃게의 엄지발들이 모여 들던 곳,
물때를 따라 새우 잡이 배들이 들어오면 바께스 든 엄마 손잡고 질척한 좁은 골목을 지나갔던 북성포구는 내가 떠나올 때 쯤 매립 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포구 끝에 빨갛게 무쳐지는 벤뎅이의 비릿한 바다는 배다리처럼 얼마간의 땅으로 정박되리라.
인천의 바다는 바다 끝에서 땅이 되어 그렇게 왔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육십이 된 이후의 모습을 그려보라고,
거침없이 나는 제주 서쪽의 황혼을 말하고 있었다.
잿빛바다를 등지고 청금석 바다가 그리웠을까?
육지에서 바다를 건너 또 다른 바다가 있는 섬.
헤아리기 힘든 아픔을 가라앉힌 맑은 바다였다 제주의 바다는,
검은 돌이 더욱 검은 바다. 섬은 까맣게 빛나고 있었다.
육지를 동경하는 섬사람, 섬에 오고 싶은 육지사람, 엇갈린 사람들 사이엔 두 개의 바다가 출렁거리고 있다.
나는 늘 딛고 있던 땅에서 건너고 싶은 바다를 건넌 것이다.
1977년 『문학과지성』에 제주바다를 발표한 문충성 제주시인은 “제주사람이 아니고는 진짜 제주바다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내가 바라보는 제주바다는 끝을 알 수 없이 아득하기만 할 수도 있다.
그어놓은 수평선같이 닿을 수 없는 먼 곳 일지도 모른다.
또 다른 바다가 품은 세월을 감히 들여다보는 일일수도 있다.
『제주바다 Ⅱ』 문충성
누이야,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린다. 빛 잃은 별 떨기들 빗속으로 사각사각
부서져 내리고 너와 나의 목숨이 그
빛 속에서 새로 깨어남을 알겠느냐. 어머니의
굴욕과 고독이 네 핏줄에 자라남을 알겠느냐.
백년을 갈아도 날이 서지 않는 칼 한 자루. 어찌
비 내리는 밤을 잘라낼 수 있겠느냐. 제주 바다는 아랑곳없이
폭풍우 치는 샛바람을 열어놓고 울타리
돌담 구멍을 들락이며 하얗게
어머니 주름진 한숨을 청대왓에 빨아낸다.
누이야. 어머니 눈물 속 바다에서 자라 바다로
돌아가는 길. 한 줌 모래가 될까. 바람에 흔들리다
삼사월 따스한 햇살 속에 햇살로 남아 바람 속에
바람결로 녹아 바닷속으로 바닷속으로 무너져 가는 것이다.
짭짤한 세상이 무너져 가다 일어서는 것이다.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리고 빗발 속 골목서
팽이치기하는 너와 나의 유년이 뱅글 매를 맞고
가만히 귀 줘 들어보라. 샛바람 속
바람을 지우면 뛰는 백록의 발걸음 소리
또 하나 눈먼 문명이 휘몰아 오는 시커먼 순수를 보라. 누이야.
"인천의 바다는 바다 끝에서 땅이 되어 온다" 말하며 60 이후에 찾은 제주의 바다는
작가의 삶에 어떤 모습으로 펼쳐지게 될는지 사뭇 궁금해 집니다.
좋은 글로써 제주의 삶이 의미 있고 윤택해지는 날 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