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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30)겨울 갈대밭
[양대영 칼럼](30)겨울 갈대밭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3.12.19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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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갈대밭

-박형준-

겨울 갈대밭에 갈대들은 서로의 몸 비비다 지쳐서 운다
울음이 커질 때마다 서로를 더욱 휘감으며
엎어지는 갈대들
무릎이 깨진 아이가 시뻘건 피를 보고
우와 우와 울듯이
그러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쓱 눈밑을 닦고 씩씩하게 걷듯이
피 한 점 허공에 찍으며
일어나는 갈대 갈대 갈대 갈대
울음이 커질 때마다 서로를 휘감으며 엎어지는
겨울 갈대밭

 
겨울 칼 바람에 서로 부딛고 뒤엉키고, 꺾이어 엎어졌다 다시 일어났다를 반복하는 겨울철 갈대밭 모습을 그려낸 글이다. 어린아이가 땅에 널브러져 무릎을 다쳐 시뻘건 피를 흘리며 울다가도 알아주는 이가 없음을 알고는 냉큼 다시 일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걸어가는 것처럼, 갈대들도 그렇게 자주자주 엎어지고 널브러지고, 뒤엉키고 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일어서 바람에 꺾이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갈대가 서로 부딪쳐 내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갈대 울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왜 하필이면 운다고 했을까?
쉬임없이 불규칙하게 흔들리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고, 바스락 거리는 갈대밭 한가운데 서면 혼돈 그 자체를 느낄 것이다. 그 수 많은 갈대 개체가 어지러이 흔들리는 모습에서, 무리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과 같은 혼돈을 느꼈기에 그리 나타낸 것 같다. 뜰안에 자그마한 대나무 밭이 있었다. 눈바람 흩날리는 겨울밤 불끄고 잠자리에 들면 바람맞은 대나무 소리가 요란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한번은 참새떼가 날으는 “후두두두-”, 한번은 좀도둑이 고팡(곡식을 보관하는 방 뒤편에 붙은 창고)에서 쌀퍼 가며 내는 “싸-.......”하는 소리를 셀 수없이 들었다. 그럴수록 무서움에 잠도 설쳤다. 물론 그때는 창호지 바른 창문에서 문풍지소리도 함께 들었다. 겨울밤 농촌의 초가집 풍경은 말 그대로 ‘겨울밤의 자연 소나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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