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김 광 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 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이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젠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비둘기가 쫓기는 신세가 됐다는 얘기다. 개발에 쫓겨 이리 저리 헤메이고, 더 이상 평화와 사랑의 상징인 비둘기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제 비둘기는 평화와 사랑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단순히 ‘쫓기는 새’가 되어버린다.
비둘기의 쫓김에서 엿볼 수 있는 읽을 수 있는 의미는 다의적일 것이다. 이 시가 가지는 묘미는 바로 이것일 것이다.
도시개발이니 무슨 무슨 개발이니 하면서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있는데, 성북동 비둘기 이야기가 바로 오늘을 사는 제주 사람 얘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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