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6 21:49 (월)
[양대영 칼럼](11)사월이면 아리다
[양대영 칼럼](11)사월이면 아리다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3.04.25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월이면 아리다


-한희정-


별안간 우리 마을에 총소리가 들렸다네,
맨발로 뛰쳐나온 알녘집 삼촌
옷섶에 핏방울 같은
동백꽃이
졌다네.

“낭도 총을 맞안, 옆갈니에 총알 맞안.”
단발머리 속적삼 깊이
흉터 다시
살아나,

한 땀이 서툰 바느질에 손 찔린 실밥처럼
까닭 없이 죄도 없이 총을 맞은 나무처럼
뭉툭한 흉터 하나가
사월이면
아리다.

 
영화 지슬이 화제다. 60여년 전 이 땅의 사람들이 겪은 참혹상에 대해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족하다. 말로만 듣던 4.3사건을 영상물로 재현해 제주도민들에게 관심을 모았다. 깊은 상처가 주는 마음의 무게는 오래가게 마련이다. 제주의 현대사에서 4.3사건이 주는 아픔은 전 세계의 역사를 통해 보더라도 이 보다 더 비극은 없을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채 300가구도 안 되는 자그마한 한 동네에서 하루저녁 제사집이 30여 곳이 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닌 것을 보면 그 잔혹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제주도의 젊은이들은 이런 아픈 상처를 겪은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숨죽이며 들려주는 4.3의 참상을 접하며 자랐다. 제주의 문인이라면 누구라도 4.3을 소재로 한 작품 한편 정도는 반드시 썼을 것이다. 4.3사건이 그만큼 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리라.
산남 산북 할 것 없이 4.3당시 인명 피해가 컸다. 중산간 소개령을 내려 주민을 피신시키고 주택을 불사르는 일이 벌어졌다. 비공식적이지만 제주도 인구의 1/3이 화를 당했다고 하는 학자도 있다. 한희정 시인은 서귀포가 고향이다. 시집 『굿모닝 강아지풀』에서 뽑았다. 그는 그래서 4월이면 아리다고 했다. 4.3때 무차별 총격으로 아무 죄없는 나무가 옆구리에 총을 맞은 것처럼, 그렇게 아리다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