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에 서서
-이 성 선-
갈아놓은 논고랑에 고인 물을 본다.
마음이 행복해진다.
나뭇가지가 꾸부정하게 비치고
햇살이 번지고
날아가는 새 그림자가 잠기고
나의 얼굴이 들어있다.
늘 홀로이던 내가
그들과 함께 있다.
누가 높지도 낮지도 않다.
모두가 아름답다.
그 안에 나는 거꾸로 서 있다.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본래의 내 모습인 것처럼
아프지 않다.
산도 곁에 거꾸로 누워 있다.
늘 떨며 우왕좌왕하던 내가
저 세상에 건너가 서 있거나 한 듯
무심하고 아주 선명하다.
화자는 논고랑물에서 조용하면서도,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노래했다지만, 아무래도 거꾸로 다가오는 허상에서 시의 묘미가 더한다. 요즘의 농촌은 어떨까. 거꾸로일까, 바로일까…
<저작권자 © 뉴스라인제주(http://www.newslinejeju.com)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