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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23)속수무책
[양대영 칼럼](23)속수무책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3.09.1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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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김 경 후-

내 인생 단 한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
척 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늘 대신
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
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

 
인생에서 내세울만한 책이 있다면 ‘속수무책’이라고 말한다. 책이란 읽는 사람에게 감명을 주어 개인의 정신적 기저를 이루는데 기여한다든지, 삶의 지혜를 주는데 도움을 주는 것일진데 이 시인에게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고 말한다. 말장난 같은 표현속에 화자의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나 피할 수 없는 좋지 않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 참호 속에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 /
이런 상황에서도 어찌할 수 없다고 한다.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이 아니라 내 인생의 시간이 흐른다. 바닷가 절벽에서 담배를 감싸고 있는 필터종이만 남도록 담배를 태우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살아가는데 무슨 대책, 문제해결의 방법을 스스로 찾아 척척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자는 돈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겠다고 믿겠지만, 돈 가지고 될 수 있는 일은 비교적 간단한 일일 것이다. 권력과 재력과 명예를 갖춘 명사들이 보통 사람들로선 알수도 없는 이유와 명분으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사정기관으로부터 내사를 받는 도중 창문으로 뛰어내린다든지, 한강 다리 아래로 투신하는 경우라든지…. 바둑과 장기판에서 돌을 어디에도 놓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자폭’, 패할 수밖에 없게된다. 살아가면서 삶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가 요즘처럼 공유되지 않았을 때 노인들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생기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였다. 인터넷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삶의 지혜가 인터넷 세상에 떠돈다. 그래서 노인의 사회적 지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세상을 오래 살며 자신만이 닦아온 지혜를 가진 노인들이 많다. 지혜로운 노인과 친하여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질 것이고, 속수무책에서 벗아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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