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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칼럼](20)빈 곳
[양대영 칼럼](20)빈 곳
  • 양대영 기자
  • ydy0889@naver.com
  • 승인 2013.08.08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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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곳

-배 한 봉-

암벽 틈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 풀꽃도 피어 있다.
틈이 생명줄이다.
틈이 생명을 낳고 생명을 기른다.
틈이 생긴 구석.
사람들은 그걸 보이지 않으려 안간힘 쓴다.
하지만 그것은 누군가에게 팔을 벌리는 것.
언제든 안을 준비돼 있다고
자기 가슴 한쪽을 비워놓은 것.
틈은 아름다운 허점.
틈을 가진 사람만이 사랑을 낳고 사랑을 기른다.
꽃이 피는 곳.
빈곳이 걸어 나온다.
상처의 자리. 상처에 살이 차오른 자리.
헤아릴 수 없는 쓸쓸함 오래 응시하던 눈빛이 자라는 곳.

 
시인은 틈이 생명줄이고, 틈이 생명을 낳고 기른다고 말한다. 죽어있는 암벽 틈에 기이하게 자란 소나무며 키 작은 풀이 붙어있어 비로소 살아있는 암벽을 만든다. 틈이 곧 생명의 근원인 셈이다. 사람들은 틈이나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 흠이야 말로 두 팔을 벌려 틈을 보이는 것으로, 누구를 안으려 팔을 벌린 것과 같다고 한다. 그래서 틈은 누군가를 끌어 안으려 자기 가슴 한쪽을 비워놓은 것이라 한다. 틈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허점이고, 아름다운 허점이야 말로 사랑을 낳고 기른다. 꽃이 피는 것도 꽃잎이 벌어지며 틈을 보여 아름다워지는 것이라 한다.
세상은 보기 나름이다. 틈, 허점이야 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약점으로 여길수도 있지만, 화자는 이같은 비어있음을 아름답고 생명을 낳는 창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점의 결함이 없는 완벽한 사람에게 사람냄새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어딘가 빈듯하고 허술한 듯 한 사람 주변에 사람이 몰린다. 틈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틈이 있기 때문에 남의 틈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용서하고, 용기를 북돋아줄 줄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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