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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칼럼](135)시는 죽었다
[현달환 칼럼](135)시는 죽었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10.31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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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달환 시인/수필가

시는 죽었다

              - 초인 현달환

새삼스레
왜그리
거치냐고 묻지 마세요

칼날같은 비바람으로
툭 튀어나온 감성이
젖어있기 때문이지요
차가워요
아니요
뜨거워요
아니요
시원해요

그런 거예요
벌거스름한
밤을 새며
몇 번이고
토씨하나 찾아 퍼즐을 맞추는 수고스러움

머리 풀어진 담배 연기가
하늘로 훠이훠이 올라가는
거기까지만요

어쩜,
내 손을 떠난
아야어여 아이들은 다 죽었지요
다 죽었습니다

내가 해 줄 말은
"......"
거기까지만요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2017년 10월 31일 9시40분을 달려간다.

지난 16년 10월 31일이 지난 후 꼭 1년이 지난 뒤, 오늘 휴대폰에서 이용이란 가수의 ‘잊혀진 계절’을 듣는다.

작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닌 누구나 우리는 누구를, 무엇을 기억하고 있다. 지난 가을의 울림을 가슴에 기억해뒀다가 야금야금 꺼내 그 추억을 먹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하기를 좋아하고 그 기억을 말하기 좋아하고 그 기억을 즐기는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 갑자기 10도 이하로 기온이 내려가서 몸이 움츠리고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다가옴을 느껴진다.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지만 감정의 동물이다.
21세기가 찾아와 과거에 흐르던 아날로그는 사라져도, 인간의 감성이 메말라가도 결국은 이 감성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 감성을 흠뻑 더 적셔주는 것이 음악일 것이다. 음악은 우리 인간에게 가장 아름다운 선율이란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간에게 음악이 없었다면, 교양의 확장성이라는 것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잊혀진 계절',  낙엽 따라 흐르는 피아노의 선율은 깊은 밤을 더욱 떨리게 만든다.

그러기에 이런 음악이 우리 주위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감격할 뿐이다.

유행가 가사처럼 아름답고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은 없다. 오히려 시라는 작품보다 노래라는 형식으로 표현됐을 때 파괴력이 있는 것이다.

음악의 지휘자나 요리사나 다 같은 역량을 하는 사람들이다.

시인이란 직업을 가진 이는 시를 하나 쓰고 얻으면 그만큼 풍족한 것이다. 시를 얻은 뒤 배고픈 줄을 모른다. 주위에서 늘 시를 쓰고 사색하는 모습에서 경건함을 느끼기도 한다.

아, 그렇다,
시인이 돼야한다. 시인의 마음이 돼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요리사일 뿐이지만 시라는 직업은 삶의 교양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서 범위가 아주 큰 부분이다. 그렇게 살아야 할 운영이 다가오고 있다.

바야흐로 노래하는 사람들은 시인이 돼야한다. 모두다 시인의 눈이 돼야 한다. 회색빛 밤하늘에 외쳐보는 이 짧은 시간에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가 흐른다.
아, 시월이 달랑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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