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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48) 푸른 벌판 겨울 맞는 족은녹오롬
[오롬이야기](48) 푸른 벌판 겨울 맞는 족은녹오롬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2.04 15: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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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녹산장서쪽편에서 본 족은녹오롬
▲ 녹산장서쪽편에서 본 족은녹오롬 @뉴스라인제주

족은녹오롬과 큰녹오롬은 형제처럼 다정하다. 녹오롬의 사계절을 여러 차례 보았지만 12월 에 찾은 족은녹오롬은 그 중에 가장 정겨웠다. 녹오롬 형제를 서쪽에서 바라보면 떨어진 두 개의 오롬이 끝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북동쪽으로 보면 큰녹오롬과 나란히 자락을 맞대고 있다. 더구나 동남쪽은 아직도 천지가 하얀 억새밭 너머에 시든 풀 누런 큰녹오롬이 보이고 좌쪽으로는 청청 푸른 족은녹오롬이 계절을 거슬러 가는 듯하다.

족은녹오롬 동쪽 길은 유채꽃 프라자에서 서쪽을 향하여 간다. 그리고 억새밭 4거리에서 직진하여 푸른 빛 삼나무가 욱어진 길로 나가면 된다. 남쪽 길은 한국공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앞에 표지판이 있으니 그 길을 따라가다가 오롬을 보면서 우쪽으로 나간다. 입구에서부터 삼나무가 곧게 늘어선 큰길은 제주에서 흔히 보는 오롬 길을 닮았다. 족은녹오롬을 바라보며 나가면 포장되지 않는 큰 길이 자동차가 다닐 만큼 넓다.

주차장에서 본 족은녹오롬
▲ 주차장에서 본 족은녹오롬 @뉴스라인제주

좌우로는 주로 삼나무가 많지만 삐죽삐죽 제주산 종낭(때죽나무)은 이미 잎이 지었고 천선과와 참나무, 상수리나무는 거의 잎이 지었지만 간혹 노랗게 단풍 든 잎이 빙글빙글 바람에 돌아간다. 저러다 마지막 잎 새까지 지고 말겠지 . . . 조금 더 오르면 언덕 길이 나오고 오른쪽 아래로는 대한항공정석항공관이다. 이윽고 언덕으로 나가면 조릿대와 넝쿨이 욱어진 곳을 지나면서 내리막으로 나가게 된다.

족은녹오롬은 북동쪽으로 비탈진 말굽형 굼부리로 큰 녹오롬으로 나가는 길이다. 이 길은 우마를 가두고 경계하는 잣성길로 나간다. 조막조막한 화산돌들로 쌓은 녹오롬 잣성길은 목장의 말들이 경계를 넘나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의 정석비행비행장 지경은 구경당금舊耕當禁 지경으로 한때 경작지였었다. 잣담은 방목한 말들을 관리하기 위하여 농지방향으로 쌓았다. 가축이 농작물을 헤치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이 잣담을 따라 난 길은 잣성길이라 한다.

그 옛날 헌마공신 김만일 일가의 갑마장과 상장의 경계는 이 잣담을 경계로 남서쪽 가시리와 북동쪽 성읍리로 나뉜다. 지금의 이 잣성길을 따라서 심겨진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는 아마도 박정희(군사정권)시대부터 심겨진 것으로 보인다. 헌마공신 김만일은 조선시대에 500필의 말을 헌마하므로 헌마공신이 되는데 최근 제주도는 남조로 가까운 곳인 의귀리 산간지역에 ‘김만일기념역사관’을 개설하고 있다.

억새평원에서 본 족은녹오롬
▲ 억새평원에서 본 족은녹오롬 @뉴스라인제주

남원읍 의귀리가 고향인 김만일 일가는 대를 이어서 조선의 국마를 관리하는 중책을 맡았다. 조선정부는 이를 귀히 여겨서 김만일에게 ‘귀한 옷을 하사함으로 ‘의귀리衣貴里’라는 마을 이름이 된 것이다. 이 옷은 조선국이 김만일에게 주어진 관복으로 궁을 출입할 수 있는 증표요, 임금을 접견할 때 입도록 하사한 관복인 것이다.

녹오롬일대는 제주도 각지에서 ‘갑종甲種’으로 뽑혀 온 ‘말馬’들을 관리하는 ‘목장牧場’이라서 ‘갑마장甲馬場’이라 한 것이다. 녹산장길 옷 벗은 왕벗나무 아래 새봄에 꽃 피울 유채가 파랗다. 시절은 변함없이 오가고 옛사람은 가고 세 사람은 자란다. 시대가 가고 잊혀진다면 남겨진 기록이 제주오롬의 진실을 전해줄 것이라 믿으며 또다시 오롬을 오른다.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1119번 도로에 있는 헌마공신기념관
▲ 서귀포시 남원읍 의귀리 1119번 도로에 있는 헌마공신기념관 @뉴스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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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12-06 09:59:25
이번에 연재된 족은녹오름 이야기도 재미있게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족은녹오름이 위치하고 있는 주변 풍광과
특별히 헌마공신 김만일의 이야기가 이채롭군요
그가 궁중에 제주말 오백필을 바치고 제주의 말을 관리하는 신하가 되고 임금이 하사하신 옷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생긴 의귀리 마을이야기도 이채롭군요 서국포시에 세워진 헌마공신 기념관에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고 본래 남원 사람인 김만일과 그 후손들이 제주에서 어떻게 대를 이어나갔는지도 관심거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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