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07:41 (금)
[오롬이야기](42) 늘 푸른 나무 숲 속 이마에 돌을 인 오롬, 송당리 돌이미
[오롬이야기](42) 늘 푸른 나무 숲 속 이마에 돌을 인 오롬, 송당리 돌이미
  • 문희주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0.24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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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성읍리에서 본 돌리미
▲ 성읍리에서 본 돌이미 @뉴스라인제주

돌이미(큰돌이미)는 송당리 산253-1번지에 있다. 비고가 82m이나 용눈이오롬(88m)에 비해 아주 낮아 보이고 아부오롬(51m) 정도로 보인다. 큰 돌이미는 비치미를 올라서 다시 내려갔다가 비탈을 올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미는 사방이 오롬들 속에 둘러싸여 있다. 동쪽은 개역이(백약이), 문세기, 동거문이, 손지오롬, 용눈이 등이 연이어 있고 서쪽으로는 비치미, 성불오롬과 한라산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개오롬, 따라비, 대록산 등과 북쪽으로는 송당민오롬, 아부오롬, 거슨세미, 안돌, 밧돌오롬들이 보인다.

돌이미 가는 길은 비치미로 가는 것이 제일 무난하다. 그러나 개오롬으로 가보려고 무작정 올라보려 했다. 묵혀둔 밭에는 붉은 여뀌가 온 밭에 가득하고 무밭과 키 큰 고사리 밭을 지나고 철조망을 돌파하고 들어섰으나 가시덤불을 계속 헤쳐가기가 너무 어려워 포기하였다. 해는 저물어 가고 어쩔 수 없이 내일 다시 비치미로 올라 가야겠다하고 귀가하였다.

이튼 날, 비치미 정상을 올라서 돌이미를 바라보니 푸른숲 너머의 연두 빛 양탄자가 쭉 뻗어 있다. 그리고 초록빛 그 끝 숲 너머에는 높지 않은 돌이미 정상이 보인다. 비치미를 거쳐서 돌이미를 가려면 붉은 화산송이 비탈길을 내려가야 하는데 화산송이가 부서지며 미끄러져 조심해야 한다. 비탈진 길을 내려가면 편백나무, 삼나무가 무성한 숲을 지나면 비치미에서 보이던 그 초록빛지대이다.

비치미에서 바라본 돌리미 남쪽
▲ 비치미에서 바라본 돌이미 남쪽 @뉴스라인제주

이 숲을 지나면 비치미에서 보이던 연두 빛 양탄자 지대에 이른다. 지난 봄 하얀빛 산자고, 노란빛 돌양지꽃, 보랏빛 앉은뱅이 제비꽃, 각시붓꽃, 또 한 뼘쯤 되는 현오색들도 도란도란 속삭이던 그 곳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다시 찾은 돌이미 카펫에는 하얀빛 참취꽂, 노란빛 미역취꽃, 서양민들레, 보랏빛 엉컹퀴, 나비나물, 쑥부쟁이와 당잔대가 심심치 않게 피어난다. 아마도 당잔대가 이곳만큼 많이 피어나는 곳도 드물 것 같다.

지난 봄 돌이미 정상으로 가던 폭신한 푸른 카펫에 봄꽃은 피고 종달새마저 지저귀어 꿈길을 가는 듯했다. 어느 날 밤 꿈에서 본 천국 길도 여기였던 것 같다. 이 깊은 오롬과 오롬 속에 이처럼 아름다운 길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까? 와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돌이미의 절정은 다시 길지 않은 숲길을 지나서 정상에 오르면 놀라운 광경은 산철쭉꽃이다. 어떤 이들은 진달래라고 하지만 진달래를 보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이다.

돌이미 정상은 그리 높지 않은 바위 돌을 기어올라야 한다. ‘돌이미’라는 이름은 바로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바위에서 생긴 이름이다. 이 바위는 ‘라바돔’으로 보이는데 안덕면 골뫼(군산)와 유사하다. 돌이미 아래편 굼부리에서 정상을 바라보면 마치 이마에 큰 돌을 이고 있는 것 같아서 ‘돌이미’라 한 것이다. 정상 치고는 너무 소박하나 봄이 오면 비치미 아래 편 누런 카펫이 푸른빛으로 변한다. 그 때쯤 돌이미 정상에는 핑크빛 철쭉이 피어난다. 철쭉꽃 피는 정상너머로는 사방이 확 트여서 동서남북 오롬군락들 속에 싸인 돌이미가 외롭지 않다.

바윗돌을 머리에 인 돌이미 정상
▲ 바윗돌을 머리에 인 돌이미 정상 @뉴스라인제주

돌이미 정상 인근의 나무 종류는 다양하지 않다. 정상 인근에는 철쭉, 보리수, 사스레피, 천선과, 윷놀이, 구지뽕, 꽤꽝(가마귀쥐똥)나무와 청미래, 찔레, 인동넝쿨과 큰 나무 아래는 자금우도 조금씩 보인다. 그러나 동쪽 편은 거의 가시 넝쿨로 막혀서 그 속을 뚫고 들어가 보니 소나무들도 보이나 떼죽나무, 예덕나무 등의 제주산 나무들이 가득하다.

돌이미는 예전에는 한자로 돌이악乭伊岳, 석액악石額岳이라 표기하였다. ‘돌이악’이란 말은 제주어 돌이미의 음차임을 알 수 있다. 석액악石額岳이란 말은 ‘돌석, 이마액’으로 돌이미의 의역이다. 돌이미는 성산읍 수산리에 있는 ‘돌리미(돌산, 돌뫼)’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혀 다르다. 수산리의 돌리미는 돌들이 많은 산(지금은 모두 깨어져 사라졌다)인데 비하여 송당의 돌이미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돌이미’의 ‘돌이’는 ‘돌을 머리에 인’, ‘돌을 머리에 이고 있다’는 말이고, ‘미’는 산을 일컫는 뫼의 제주어이다. 석액악石額岳의 ‘액額’은 ‘이마액額’이라는 말이고 보면 돌이미의 의역으로 잘 표기 한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오롬이 둥그렇게 돌려져 있어 ‘돌리미’라고도 하는 데 이로서 수산의 돌리미와 혼동이 된 것이리라. 돌이미도 북서쪽으로 열린 말굽형 굼부리에서 오롬을 보면 그리 보이기도 하지만 수산리 돌리미와는 전혀 다른 이름이다.

성읍리 개오롬 쪽에서 본 큰 돌리
▲ 성읍리 개오롬 쪽에서 본 큰 돌이미 @뉴스라인제주

김승태-한동호의 『제주의 오름 368』에서는 이 오롬을 ‘돌리미’라고 표기 하고 있고 김종철의 『오름 나그네』에서는 ‘도리미’라고 표기하고 있으나 정확한 이름은 ‘이마에 돌을 인 오롬, ’돌이미‘가 정확한 이름이다. 이는 제주의 옛 사람들이 한자로 표기할 때 아주 합당한 글자를 택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후로는 정확한 이름으로 표기해 주기를 바란다.

제주의 긴 여름이 지루하다 싶더니 벌써 짧은 가을이 지나고 있다. 돌이미 정상에는 고바우 영감의 머리털 같은 하얀 억새가 바람에 날려 손짓하는 듯하다. 마치 “날 보러 와요!” 하고 손짓 하는 것처럼. 그러나 나는 벌써 푸른 카펫을 타고 오르는 돌이미의 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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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10-26 20:05:06
오늘은 돌이미에 대한 기고문 잘 읽었습니다
돌이미 정상에 있는 나바돔이라는 돌이 있어 이 산이 마치 이마에 큰 돌을 이고 있는 것 같아서 ‘돌이미’라 했다고 하니 옛 제주 사람들은 산 형세에 따라 이름도 재미있고 멋깔스럽게 잘 짓는것 같습니다

돌이미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보았다는 각종 꽃들과 식물들이 참 다양하고 특색이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바다를 건너 남녘 제주에도 뭍에서 피는 꽃들이 있음이 또한 반가웠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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