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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37) 백약이 없어도 환히 열리는 개여기開域오롬
[오름이야기](37) 백약이 없어도 환히 열리는 개여기開域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0.0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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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개여기오롬 입구에서 본 정경
▲ .개여기오롬 입구에서 본 정경 @뉴스라인제주

‘개여기(백약이)오롬’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산1번지에 소재한다. 해발높이는 356.9m로 영ᄆᆞ루오롬(영주산)보다 높으나 오롬 실제높이인 비고는 132m로 영ᄆᆞ루(176m)보다 조금 낮다. 오롬 둘레도 3124m로 영ᄆᆞ루오롬(4688m)보다 조금 적은 편이다. 개여기오롬은 번영로>대천동 4거리 좌회전> 비자림로 250m 지점 삼거리 좌회전> 금백조로 250m 지점에 있다.

개여기오롬은 아직껏 ‘백약이오롬’이라 불려졌으나 누구도 그 이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기에 ‘백약이오롬’이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본디 제주어가 아니다. 조선시대 275대 제주목사 이원조(1792~1872)의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 ‘산천山川’ 조 정의군 24개 오롬 중 ‘백약산百藥山’으로 등재되었고 백약악百藥岳,백약봉百藥峯이란 이름도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진시황은 서복에게 동남동녀 삼천을 주며 “삼신산(한라산)으로 가서 불로초를 구해 오라” 명한다. 서복은 ‘백약이’에서 백가지 약초를 캐어 진나라로 돌아갔다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한다. 이들은 정방폭포 절벽에 ‘서西쪽으로 귀환歸還’ 한다 써놓고 포구浦口에서 배 타고 돌아가서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이 생겼고 이를 기념하여 서귀포에 ‘서복전시관’이 세워졌다.

개여기오롬 동남쪽 전경
▲ 개여기오롬 동남쪽 전경 @뉴스라인제주

‘백약이오롬’은 본디 ‘개역이> 개여기’라 불렸고 이를 음차하여 ‘개역악開域岳, 開亦岳’이라 불렸다. 이는 곧 백약이오롬의 본디 이름일 것이다. 제주오롬을 한자로 표기 할 때 2가지로 쓰였는데 하나는 ‘제주어를 소리 나는 데로 음차音借한 경우’이고, 또 하나는 ‘뜻을 해석하여 의역意譯한 경우’인데 예로서 ‘아부亞父오롬’이라고 할 때(필자는 ‘아부亞釜’라고함)는 음차한 경우이고, ‘전악前岳’이라 할 때는 ‘앞오롬(아부오롬)’을 의역한 경우이다.

‘개여기’ 역시 그렇다. ‘개역악開域岳’이라 할 때는 ‘열개開’, ‘지역역域’이라 쓰거나 ‘열개開, 또역亦’을 썼는데 ‘또역亦’은 부사로 ‘또한, 모두, 크게, 대단히’라는 뜻이다. 이는 ‘크게(대단히) 열려진 오롬’이란 뜻인데 음을 빌려 쓴(音借) 경우이나 뜻으로 볼 때도 전혀 손색없다. 누구나 ‘백약이오롬’을 오르며 느끼는 감상은 비슷하다. 비탈진 넓은 벌판을 오르내리며 돌아보는 모습은 앞이 확 트여(열려) 있어서 가슴을 열고 큰 숨을 들이키게 된다.

‘개여기오름’은 앞에서 볼 때 넓게 비탈진 언덕만 보이고 오롬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입구에서 보면 넓게 열린 비탈에 목장만 보인다. 동쪽 편에서는 원추형, 서쪽 구좌읍쪽(도랑쉬, 용눈이)에서 보면 3개 봉우리가 보인다. 정상에 올라서 굼부리를 보면 꼭 백록담을 닮았다. 굼부리를 중심으로 동쪽 봉우리> 서쪽 봉우리>를 돌아서 남쪽봉우리에 닫는다.

개여기오롬 북서쪽 봉우리
▲ 개여기오롬 북서쪽 봉우리 @뉴스라인제주

개여기(백약이)오름이 통제된다고 하나 실은 3개 봉우리 중 남쪽 봉우리만 통제된다(2020. 8. 1~2020. 7. 31일까지). 그러나 봉우리 아래로 조금 돌아가면 된다. 예전에 수차례 올라보았는데 남쪽봉우리 주위에는 유일하게 철쭉꽃이 핀다. 그러나 잔디가 없고 붉은 화산 송이만 있어 2년이 지나도 결코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바닥을 띄워 탐방로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프랭카드 걸어놓고 복원되기만 바란다면 문외한이요, 알면서도 그냥 있다면 직무유기이다.

화산섬 시칠리아는 제주도보다 10배가 넓으나 오롬 숫자는 260여개로 제주도 368개에 비하면 108개가 더 적다. 제주오롬의 송이는 화산이 터질 때 화산재를 분수처럼 뿜어내게 된다. 이것이 분석인 송이(SCORIA)이다. 이것이 쌓이며 오롬을 만들어 낸 것이다(10.000~25.000년). 젊은 오롬일수록 붉은 송이들이 많은 반면 오랠수록 흙이 쌓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왜, 개여기오롬을 백약이라 했을까?’ 답할 이유는 없겠으나 두 가지로 생각해 본다. ①하나는 삼신산의 의미를 부각시키려는 것이고, ②또 하나는 서복의 전설을 끌어들여 신비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려한 것으로 사료된다. 일찍이 ‘오롬나그네’를 쓴 김종철은 백약이오롬에 27종의 약용식물을 소개하는 데 중국어 약재명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개여기오롬 원형굼부리
▲ 개여기오롬 원형굼부리 @뉴스라인제주

1)나무류(7종) 복분자覆盆子, 찔레野玫瑰, 두룹楤木, 초피나무蜀椒, 자귀나무合欢树, 예덕나무野梧桐, 쥐똥나무鸦鼩鼱属, 2)넝쿨류(7종)청미래菝葜, 댕댕이덩굴木防己属, 하늘타리栝楼, 보리수菩提樹, 참마山藥, 칡葛根, 인동초忍冬草, 3)초본류(13종)향유香荽, 꿀풀夏枯草, 층층이꽃熊膽草, 오이풀地榆, 쑥艾, 떡쑥清明菜, 방아풀排草香, 엉컹퀴大蓟, 쇠무릅풀牛膝, 호장근虎杖根, 고비球子蕨, 이질풀老鹳草, 질경이車前子, 등인데 개여기오롬 (27)종의 약초는 다른 오롬에 비해 많은 편도 아니고, 특이할 것도 없고 제주오롬 어디나 있는 것들이다.

개여기오롬에서 피는 꽃들을 보면 봄에는 산자고, 할미꽃, 철쭉이 피는데 5~7월에는 (28)피뿌리풀꽃이 핀다. 피뿌리풀 자생지는 제주도 성읍, 송당리 주변 오름에서 명맥만 유지된다. 그러나 해마다 개체수가 감소되는 멸종위기식물이다. 몽골에서 말이 들어 올 때 말의 분뇨에서 나온 씨앗이 자란 것으로 추측하는데 그 이름처럼 뿌리가 피처럼 붉어서 붙여졌다.

(29)산자고山慈姑는 금등롱金燈籠, 주고, 모고, 까치무릇라고도 한다. 비늘줄기를 산자고라 하는데 식용하거나 약으로 쓸 때는 외상에는 짓이겨 붙이거나 강심제, 광견병, 등창, 암(유방암, 전립선암), 요로결석, 진정, 진통, 폐결핵 등에 쓰인다.

개역이오롬에서만 꽃피는 소황금
▲ 개역이오롬에서만 꽃피는 소황금 @뉴스라인제주

가을에는 보랏빛 잔대가 보인다. (30)잔대는 강장, 기침과 폐에 좋은 약이다. (31)무릇綿棗兒은 예로부터 둥굴레·참쑥과 함께 고아 간식으로 물엿처럼 먹거나 탕으로 끓여 순환계, 피부질환, 강심, 건위, 근골동통, 유방염, 진통, 해열, 허약체질에 쓰였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해주신 것을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개여기 최고보물은 보릿빛 꽃 피우는 (31)소황금小黃芩꽃이다. 2001년 식물답사 중 발견된 미기록종으로 2002년 학회에 정식 보고되어 ‘소황금’이라 이름 붙였다. 2006년 이후 제주도는 복원을 진행하여 지금은 가까이서 보게 되었다. 소황금은 두 뼘 안 되게 자라고 황금은 약용재배 되는데 1m이상 곧게 자라 7~9월에 꽃피운다. 소황금은 꿀풀과 골무꽃속으로 직악황금直萼黃芩, 자화지정, 병풍초로 불린다. 뿌리는 화를 없애고 습열제거, 황달, 토기, 자궁출혈, 등의 효험이 있다(네이버, 두산백과, 위키백과)

개여기의 봄에는 찔레꽃 향을 맡으며 따라간다면 늦가을에는 억새가 물결치는 개여기 층계 길에서 보는 열린 전망은 확 트여 너무 좋다. 가까이는 동거문이, 문세기, 높은오롬, 민오롬, 거슨세미, 안돌, 밧돌오롬과 멀리로는 소섬과 청산오롬까지 환히 보인다. 또한 수크렁(강아지풀 비슷한데 검고 털이 빳빳하다)이 탐방로 주위에 흔하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억새가 부대끼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보자. 20분이면 충분한데 올레길 걷듯이 쉬엄쉬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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