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41 (일)
[오롬이야기](4) 천선죽림 거닐며 신선되는 매오롬
[오롬이야기](4) 천선죽림 거닐며 신선되는 매오롬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04.03 23:1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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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 JDC오름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녹산장에서 본 매봉오름
▲ 녹산장에서 본 매봉오름 @뉴스라인제주

천선과 죽림을 거니는 즐거움: 매오롬의 얼굴은 아마도 천선과와 죽림이 아닐까 싶다. ‘천선죽림매봉락天仙竹林鹰峰樂’ 천선과나무 욱어진 대나무 숲을 거니는 즐거움이야 말로 매오롬 탐방의 묘미일 것이다. 매오롬은 서귀포시 표선면에 속한 해변오롬으로 표선리와 가마리의 경계선상에 있다. 매오롬은 도청오롬과 붙어 있어서 함께 탐방하게 된다. 마치 구좌읍 종다리의 알오롬과 성산읍 시흥리의 멀미오롬이 하나로 붙어 있는 것과 같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할까? 매오롬 가는 길은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타고 송당대천동 4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정석비행장으로 좌회전하면 녹산장 길로 들어선다. 입구는 제주시에 속하나 서귀포시와 경계를 이룬다. 3월 말, 이 길은 한국 최고의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된다. 위로는 푸른 삼나무, 아래로는 화사한 왕벗나무, 길가의 노란 유채꽃길이 표선면 가시리까지 14킬로가 이어진다.

이 길은 가시리와 한국사진사협회가 한국전력에 진정을 넣은 까닭에 땅위의 전신주가 땅속으로 묻혀서 사진 찍는데 거리낄 게 없다. 일전에 한국의 아름다운 길 1등으로 뽑힌 길이 ‘비자림로’인데 지금 다시 뽑는다면 ‘녹산장길’이 뽑히지 안을까? 녹산장 길은 표선오롬들 중에 큰사슴이-족은사슴이, 번널-병곳오롬, 따라비오롬, 달산봉(돌오롬), 도청-매오롬 등으로 모두 탐방로가 잘 되어 있어 잠시 둘러볼 수 있다.

매오롬과 도청오름: 두 오롬은 표선리 마을공원으로 운동시설이 되어 있고 교통편, 시설면이 흠 없다. 표선에서 매오롬을 보면 금방 날아오를 것 같은 그 모습이 신기하다. 그 이름 또한 물을 필요가 없을 만큼 매의 주둥이를 닮아있다. 매오롬은 표선리 2457, 2458번지에 있으며 표고 107m, 도청오롬은 2450~6번지, 비고 70m이다.

두 오롬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중턱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오롬 입구테 표시가 안 되어서 네이비를 따라 가다보니 레미콘공장이었다. 덤프트럭이 좁은 길을 무섭게 달려서 초보 운전자들은 겁 날 것이다. 다시 돌아서 나오니 오른 쪽으로 작은 길이 있어 올라갔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가면 송신소를 넘어 주차 할 수 있는 곳에 이른다.

불과 30년 전 김종철은 매오롬의 목덜미를 타고 매의 머리까지 가는 게 칼날능선(나이프에이지Knife edge)같다고 했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이제는 매오롬도 계단이 놓여서 누구나 쉽게 오르게 되었다. 매오름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눈 아래 표선마을이 보인다. 멀리 당케해안에서부터 깊숙이 들어온 한모살(넓은 모래)밭으로 이뤄진 해수욕장이 보인다.

매오롬숲의 천선과와 천냥금
▲ 매오롬숲의 천선과와 천냥금 @뉴스라인제주

백사장 멀리 동쪽 끝으로 보면 바다 가운데 푸른 성벽인 듯 청산오롬(일출봉)이 우람하게 떠 있다. 북서쪽으로는 가마리 마을이 가까이 보이고 해변서 멀지 않은 곳에 토산오롬, 가세오롬이 보인다. 두 오롬 사이 웃드르 쪽을 바라보면 흰구름으로 목을 두른 한라산이 오롬들 사이에 우뚝하다.

매오롬의 모양과 식물들: 매오롬이 매의 머리를 닮았다는 것은 대부분 아는 바다. 그런데 지도상에서 보면 놀랍게도 매오롬을 머리로 한쪽 날개는 도청오롬 쪽으로 높고 한쪽 날개는 곳자왈 같이 낮은 지대이다. 마치 매가 한쪽 날개를 올리고 한쪽 날개는 낮추어 방향을 트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높은 날개 쪽에는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중간에는 구럼비, 동백나무, 후박나무가 있는가 하면 한쪽 날개는 천선과와 대나무 숲이 차지하고 있다. 또한 큰 나무 아래는 제주산 천냥금과 자금우의 붉은 열매들이 곱다.

한 마리 매가 봉우리에 앉을까
매봉오롬 계단타고 천상을 오를까
천선과 하늘 향해 춤을 추고
대나무 치솟아 하늘 바람 잡는다
한 날개는 후박나무,
구럼비 동백꽃 피어나는 숲
한 날개는 소나무,
편백나무 삼나무도 하늘 향해 뻗는다
자금우 천냥금 숲길 따라 걷노라면
붉게 열매 맺는 매봉의 전설
세상 향해 내려가는 겸손한 걸음
무엇을 먹으랴
무엇을 마시랴
염려치 않으니 극락은 또 어디랴
낙원정사 이르러 손을 모은다

-문희주의 시 「천선죽림매봉락天仙竹林鷹峯樂」

매오롬의 묘미: 매오롬은 제주도 남쪽 해변의 오롬이라서 겨울에도 늘 푸르다. 단지 낙엽수는 천선과나무가 유일한 것 같다. 천선과는 뽕나무과 무화과속으로 남해안 도서와 제주도, 일본에 분포한다. 그러나 신선이 먹는다는 열매는 먹자할 게 없이 초라하다. 제주도 해안 일대 오롬에 많으나 그중에 매오름이 제일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제주도 오롬들 중 참대나무가 숲을 이룬 곳은 지미오롬에 조금 있고 여기 매오름~도청오름의 죽림竹林인 것 같다.

육지부 좋은 명산에는 절간들이 많이 차지하고 있으나 제주도 오롬에는 절간들이 많지 않다. 그러나 매오롬의 낙원정사는 꼭 있어야 할 곳에 자리 잡은 것 같다. 더욱이 매오름과 도청오름이 모여지는 두 날개 사이에 자리 잡아서 더욱 정겨워 보인다.

매오롬 하나만을 찍어서 온다면 겨울에 탐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동백꽃도 볼 수 있지만 숲 아래는 자금우나 천냥금의 빨간 열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여름에도 대나무 숲이 있어서 시원해서 좋을 것 같다. 매오롬-도청오롬을 오르며 탐방이 끝나서 돌아 올 때면 가만히 속삭여주자. “도청매야 여기 머물러 있어,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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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04-04 21:41:29
제주 오름의 해설가 문교수님의 글 재밌고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호를 기대합니다

이성조 2020-04-04 18:52:53
아직 못 가보았는데 가보고 싶네요

조남희 2020-04-04 17:27:43
문희주 오름메니저님. 제주 오름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좋은 글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계속해서 제주오름을 바로 알고 깊이 즐길수 있도록 수고 부탁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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