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41 (일)
[현달환 칼럼](129)문득, 그립다
[현달환 칼럼](129)문득, 그립다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7.09.23 15:0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득, 그립다

           -초인 현달환

문득
실비가 오면
커피가 생각나고
꽃눈이 오면
지난 영화 생각나고
낙엽이 지면
그대가 생각나고

잔바람만 일렁이는
노을 같은 내 마음엔
붉은 동백화
다시금
피어날까?

문득,
문득 난,
뒤돌아본다네
문 앞에 서있는 어떤 그림자를

▲ 현달환 시인/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조금은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란 것은 제자리에 있고 나만 뱅뱅 돌다 지쳐서 그 자리에 멍하니 있는 게 세월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 세월에 묻혀 있는 나라는 존재감이 가끔은 어둠속에서 묻히고 싶을 때가 있다.

제주도는 지금 가을이라는 이름으로 온천지가 가을 빛깔로 물들여져 있다. 시간 내서 하이킹을 하든지 아니면 워킹이나 드라이브하기엔 최적인 9월의 마지막 1주일이 남았다.

오름에 올라가고 싶다.

오름에 올라가면 해방이다. 도로변에 즐비한 교통신호등을 벗어나고 클린하우스를 비롯한 각각 전봇대에 설치된 CCTV 등을 벗어나 오름에 오르면 눈치 볼 것 없이 한동안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생각하는 시간이 없어진 것 같다. 주위에 온통 나를 감시하는 블랙박스를 비롯한 CCTV들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빼앗아 버렸다.

과거의 시절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 것이다.

‘사는 것이 이런 것인가?’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광야에서 마음대로 뛰놀고 있는 동물들처럼 자유로움은 없는 그야말로 밀림의 정글에서 헤쳐 나오지 못하면 고립되는 삶이 인간들이 살아야할 인생, 무대인가 생각해보면 답답한 마음이 없지 않다.

인간들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인간이라는 고등동물들이 만들어놓은 잔꾀에 사회 생활을 영위하는 데 고달프다.

가을이라고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네' 하는 비아냥거림처럼 들리지 않을까 고심도 하면서 가을을 맛보는 이 가을은 슬프다.

우리에겐 정작 여유라는 미소는 사라질 것인가?

문득 집 앞에서 놀던 옛날 어릴 적 놀이들이 하나둘씩 스쳐지나간다. 고무줄은 어디가고 공기 돌은 어디 갔을까?

그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생활로 다시 50년을 살아야 한다니 답답할 만도 하다.

젊었을 때 가장 아름답고 살만한 곳이 제주임을 느껴서 살다보니 이젠 더워서 못살 것 같다. 더우니 옆집 앞집 에어컨을 가동해서 열기들이 더 덥게만 느껴진다.

산들바람은 어디가고 더운 열기 속에 모기들만 살맛났다고 집안에는 요즘 방문이 잦다.

이 제주를 시원하게 만들 수 있는 자연의 공기청정기는 어디 있을까.

모든 것이 문득, 그립다.

초등하교 친구들이 그립고 어릴 적에 그 선생님들이 그립다. 이 가을은 그렇게 그리운 사람, 이름 한번 불러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줄 그 누군가를 기대해보면서 가을을 맞고 싶다. 무르익어가는 가을을 하나도 빠지지 말고 두 눈으로 만끽해보자. 가을은 나에게 벗은 모습 그대로 보여주니까. 그런 가을이 눈앞에 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태성 2017-09-28 17:50:22
현달환 작가님 글 항상 잘 보고있습니다.
가을인가 봅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