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 김광림 -
한때
지팡이는
몸을 가누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거드럭대기 위해
거머쥔 연장쯤으로 알았는데
하긴
점잔 피는 거둥이
마치 아니꼬운 세상사
기탄없이 짚어대는 걸로
여긴 적도 있었지만
6.25 전란 때
산마루와 골짜기를
하도 넘나들고도
늙다리는
남의 일로만 여겨졌건만
이게 웬일
팔순잔치를 눈앞에 두고
살짝 스며든 류머티즘
나참
기탄없이 짚어야 할
지팡이 신세가 되고 말았으니
시인은 젊어서는 지팡이를 거드럭대기 위한 연장쯤으로 알다가 나이가 차서는 기탄없이 짚어야할 신세로 전락한다. 지팡이가 아니면 이 세상을 바르게 다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젊어서 몸을 무리하게 쓰거나, 심한 운동을 하거나 해서 체력이 다했거나, 아니면 늙어짐에 따른 단순한 노화에서 오는 현상일게다.
하얀 두루마기에 길게 드리운 턱수염, 젊잖게 움직이는 지팡이, 지혜로운 선인들의 모습이다. 이제 그런사람들의 모습은 상상속에나 존재한다.
지팡이 하면 떠오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지팡이에 대한 생각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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