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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48)내 집 마련
[현태식 칼럼](48)내 집 마련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8.10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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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이때까지 내가 사는 집은 아버지 명의로 된 집이다. 우리가 땅세 내고 지붕 일고 전기 걸고 했지만, 우리 옆방은 어머님께서 세를 놓아 돈을 받아가셨다. 옆방에 세든 사람은 부모가 우리를 버린 자식 취급하니 그도 아주 업신여겼다. 어떤 때는 대놓고 욕지거리까지 하였다. 정말 분통이 터지고 악이 받쳤다.

우리 부부는 내 약값 쓰는 것 외에는 정말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았다. 계(契)도 들고 적금도 부었다.

돈이 몇 만원 모였다. 그리고 적금을 부은 것이 한 일년 있으면 십만원 가깝게 될 것이었다. 속으로 이 집을 아버지와 흥정하여 사야 되겠다고 결심하였다. 초가집이 열평 남짓 하지만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이 집을 사서 증명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오기였을 것이다.

하루는 어머니를 찾아 뵙고 운을 떼었다. “어머니, 제가 사는 집 말입니다. 이 집은 큰형님이 오래 사시다 떠났는데 잘 관리하지 않아서 지붕은 골이 패이고 문짝은 떨어지고 마루는 헐어서 헛간처럼 되었습니다. 나도 제 집이 아니니 형님보다 더 잘 손본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집이 못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저에게 파십시오. 어차피 제가 떠나지 않으면 어머니도 반쪽밖에 세 놓을 수 없고 세라야 얼마됩니까? 팔아서 그 돈을 이자주면 집이 헐어 수리할 걱정 안하고 이득은 세 받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습니까?” 하고 말씀드렸더니 어머니가 솔깃해 하셨다.

그러나 나는 이 집에서 장모 소상을 치렀다가 호되게 곤욕을 치렀고, 땅세 내느라 꽁지빠졌고, 전기 시설한다고 애먹었으며, 지붕덮느라 골탕먹었다. 온갖 설움을 톡톡히 본 이 집을 내가 꼭 사서 보란듯이 내 물건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결심과 각오를 단단히 하고 어머니와 매매 흥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 본심을 알 턱이 없다. 계산이 빠른 어머니는 아버지를 설득하였다. 며칠 후 어머니가 ‘저번에 말한 것 아버지가 아무렇게나 하라 하신다’고 허락하였다. 나는 어머니와 또 흥정을 하였다.

“제가 가진 돈은 5만원 밖에 없으니 매매계약서 작성할 때 5만원 받으시고 잔액은 섣달 그믐날 받으십시오, 만일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이자를 몇 달치 물겠습니다. 잔금도 몇 달 내에 다 갚겠습니다. 어머니는 돈을 받으면 이자를 놓아야 하는 것이니 아들에게 이자돈 몇 달 빌려준 셈 밖에 안됩니다.”고 하였더니 이 조건을 받아주셨다.

자형과 둘째 형님 모시고 아버지와 집 매매계약서를 썼다. 몇 달전에 바로 옆집이 팔렸으니 남의 전례에 준하여 가격은 정하였다. 값을 15만원으로 정하고, 소주를 됫병으로 사다가 흥정조로 마음껏 잡수도록 권하였다.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부모에게 보인 첫 일이었다. 아무리 헐어빠진 초가 흙집이지만 나도 이 동네에서 집을 소유한 어엿한 집주인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이 집에서 무슨 굿을 하여도 누가 감히 트집잡지 못하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좋고 어깨가 으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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