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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46)도둑은 왜 나만 노리나
[현태식 칼럼](46)도둑은 왜 나만 노리나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8.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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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준개안티(살이 없이 비쩍 마른 개에게) 파리 괸다’는 말이 있다. 가진 것 없고 몸 아프고 어디 의지할 곳 없이 죽음과 삶 사이에서 사투하다시피 하는데 또 다시 우리집에 도둑이 들어서 나를 괴롭혔다.

구멍가게를 하고 부터는 그나마 밥 굶을 걱정은 안했지만 내 명의로 된 재산이란 티끌만큼도 없었다. 구멍가게에 들여놓은 물건도 대부분 외상으로 들여놓고 팔리는대로 갚고 있었다.

외상으로 쌀가마니도 몇 개씩 들여놓았다. 서부두에 작은 화물선이 목포나 완도에서 쌀을 싣고 오면 쌀도매상에서 보다 좀 싸게 산다는 것을 알았다. 서부두에 아는 사람에게 잘 부탁하여 그 분의 쌀을 싸게 사서 파는 것을 몇 가마 팔아달라고 사정해서 우리 상점에 갖다놓고 소매로 팔았다.

어느날 쌀 다섯 가마를 외상으로 들여놓았다. 하필 그날 도둑이 들어 몽땅 가져가 버렸다. 이것이 엎친데 덮친 것이 아니고 뭣인가? 새벽에 쌀도둑 맞았다고 파출소에 신고했더니 파출소 순경이 나왔다. 마침 소낙비가 한 차례 지나가니 쌀은 물에 씻기고 불어 하얗게 보였다. 길 위에 떨어진 쌀알이 줄지어 떨어져있어 더듬어가니 어느 집으로 이어진 것이 훤히 보인다. 순경은 요령있게 조사를 해야하는데 그 집에 들어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그냥 나와버렸다.

그 집 주인이 우리에게 달려와서 자기네를 도둑으로 지목하여 파출소에 신고했다고 억지를 부리는데 아무리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들으려하지 않았다. 며칠 전 자기 자식이 설사해서 흰 죽을 먹이겠다며 외상으로 가져간 쌀 한 말 값까지 핑계대며 떼어먹었다. 자기네를 도둑으로 지목했다면서.... 경찰의 수사태도가 한심스러웠다. 이래서 큰 피해를 보고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 하여튼 ‘준개안티 파리괸다’는 말처럼 보잘 것 없는 나를 그렇게 못살게 한 그 도둑들은 장래가 활짝 피었는지 모르겠다. 옷감도둑, 쌀도둑, 남의 피를 말렸던 사람들 내 것 가져다 부자 되었는가?

남의 피땀 흘린 것을 밤에 몰래 가져다 불로소득했으니 그 도둑이야말로 부자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 도둑 잘 되었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으니 이상한 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 것을 도둑질해간 사람도 별로 잘 된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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