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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42)너, 왜 내 아들에게 상복 입혔냐
[현태식 칼럼](42)너, 왜 내 아들에게 상복 입혔냐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7.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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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장모가 마흔여덟에 돌아가시고 군대 제대하고 와서는 상을 모시는 것을 우리가 했으니 아침, 낮, 저녁에 더운 밥을 해서 올리는 것도 어려웠고 특히 초하루 보름에 지내는 삭망제는 힘들었다. 우선 돈이 없으니 음식을 차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그러나 나는 장모님 상 모시는 것에 대하여 거부감이나 불평을 이제까지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자식인 아내가 모셔야 하고 아내의 남편인 내가 거부하지 않은 것이 돌아가신 분에게나 아내에게 도리를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으므로 아내도 자기 어머니 일을 남편께 맡도록 한 것에 대해 가졌던 미안한 마음을 차츰 덜게 되고 고맙게 생각하였다.

아내는 그런 마음을 지금까지 갖고 있으며 때문에 나에게도 잘해주려고 무진 애를 쓰고 병을 낫게 하려고 좋다는 약은 돈을 아끼지 않고 해줌으로 해서 나는 오늘까지 생명을 부지해 올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착한 아내를 만나게 해준 부모님이나 신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내가 제대하고 다음해 여름 장모님 소상을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치렀다. 이것이 부모님을 못마땅하게 한 것 같다. 당신의 집에서 상을 치르는 것도 그런데 왜 태식이에게 상복을 입히고 상제노릇을 시켰냐며 며느리에게 책임추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상제가 아무렇지 않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아쉬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는데 어머님이 화가 나신 것은 당신의 집에서 소상을 치른 것이 못마땅한 것이다. 언제 한번 동정심이라도 보여준 적 없는 아들인 나까지 들먹이며 못마땅해 하니 아내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아내는 천애고아이고 어디 의지할 곳 없는 며느리 신세가 되어야만 했다. 시부모가 친어머니 소상에 대하여 못마땅하다고 해버리니 자연히 우리 부부간에도 말다툼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해 대상 때는 내가 사는 집에서 치르지 못하고 용담동 동한두기에 있는 절에 가서 대상을 치렀다.

장모님 산소는 봉분만 만들고 토신제를 지내지 않아서 내가 제대하고 돌아온 다음 토신제를 지냈는데 제문 내용을 어찌 쓰는지 몰라 할아버지에게 가르침을 받고 제문을 써서 축을 고하고 제를 지냈고 1964년부터 지금까지 벌초도 하고 제사 명절을 지내온다. 특히 제사 때는 정성들여 제물을 마련하도록 부인에게 당부한다.

묘에 산담도 한지 이십년이 넘고 장인, 장모를 따로 두고 우리가 죽으면 관리자가 없어 실묘할 것 같아 가족묘지를 제주시 해안동 471-1번지에 반듯하게 만들어 놓았고 여기 두 분을 모실 작정이다. 자식도 거부감 없이 당연히 외조부모 제사 명절을 모시겠다고 동의해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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