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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38)아내의 남편 수발
[현태식 칼럼](38)아내의 남편 수발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7.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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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나는 너무 아팠다. 그래도 죽는 날까지는 일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고 어린 아들을 생각하면 눈이 뒤집힌다. 아프다고 누워있을 수도 없었다.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더 아팠다. 아침 여덟시에 출근하고 11시에 점심먹으러 오면서 짬뽕통 싣고 와서 돼지먹이 주고, 밭에 가서 오후 2시나 3시까지 김매다 사무실로 가서 저녁 8시까지 신문사 일을 했다.

이 정도면 평소 건강한 사람도 견디지 못하는데 나같은 병자에게는 더욱 죽음의 그림자는 가까이 다가서는 것 같았다. 아내는 나에게 약을 해 준다고 엄청난 고생을 하였다. 돈이 많으면 약을 마련하는거야 뭐 그리 어려우랴. 누가 말해주었는지 ‘구장골’이 좋다는 말을 듣고 개를 잡아서 내장을 통째로 단지에 넣고 배 조각으로 주둥이를 싼 다음 조금 큰 단지에 거꾸로 끼워넣은 후 흙을 파서 묻고 그 위에 불을 은근하게 피워 하루밤을 놔두었다. 이렇게 만든 것이 구장골이다. 이 약을 하는 사람을 본 적도, 먹는 것을 본 적도 없고, 말로만 좋다는 것을 듣고 만든 것이다.

이 약이야말로 먹기가 거북하다. 너무나 역겨워 입 안에 넣는 순간 구토기가 왈칵 올라온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하여 아내가 만든 정성에 감복하여 코를 꽉 잡고 한 숟갈을 입에 넣고 삼킨다.

먹기가 거북하면 접시에 넣어서 밤이슬을 맞혀 먹으면 괜찮다고 누가 일러주어서 그렇게 해서 먹어도 거북한 것은 별 차가 없었다. 이런 민간요법으로도 효과가 없어 큰 맘 먹고 계를 들어 앞번호로 내리고, 한약을 지어다 먹었다. 약방 주인이 한 재만 먹으면 배가 나오고 병이 낫는다며 자신한다고 장담하였으나 넉재째 먹어도 차도가 없어 항의를 해서 약값 일부는 갚지 않았다. “배가 나온다는 당신의 말이 말짱 거짓 아니냐 어느거냐 배 나온 것!” 하고 따지니 그 사람도 할 말이 없었다. 이번에는 침을 맞으러 다녔다. 용담동 부러리에 백발노인 의원이 계셨다. 무릎 꿇고 발바닥을 뒤로 젖혀 발바닥에 침을 놓는데 얼마나 아픈지 식은땀이 흐른다. 인중에 머리에 발에 그리고 등의 척추까지 침을 안꽂는 곳이 없을 정도다.

몇날 며칠을 다녀도 이것도 허사였다. 이렇게 아픈 병을 평생을 다고 다닌다. 후일 제주시의회 의장이 되어 개회사나 행사에 축사가 있는 날은 ‘오트리번’이라는 코막힘을 예방하는 약을 미리 코 속에 분사해서 의장석으로 나갔다. 이것도 처음엔 몇 시간 효과가 있지만 자주 쓰면 십분간도 효력이 없어 말할 때 연설할 때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코막힌 소리로 개회사, 축사를 하면 이것도 볼썽 사나운데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면서 말을 하고 회의를 진행할 때의 괴로움 불편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내가 하도 핏기없이 파리한 얼굴로 다니니 육지부에서 와서 사는 이웃아주머니가 태반을 해다 달여먹으면 디스토마나 폐병으로 피를 토하는 사람도 단번에 좋아진다는 말을 듣고 아내가 나 몰래 그것을 구해다 몇 개를 달여 먹었다. 처음에는 한약에 같이 먹어서 한약인줄 알고 먹었는데 그것을 먹어도 차도가 없으니 아내가 불평을 하는 것을 듣고 내가 태반을 먹은 것을 알았다.

어쨌거나 아내는 남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너무나 고생을 시킨 나는 오늘날까지도 잊지않고 감사해하고 있다. 이런 아내의 정성어린 돌봄이 있어 건강은 안해도 죽지는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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