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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칼럼](36)일자리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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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주일보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7.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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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 담임을 맡았던 장용하(張龍河) 선생님을 찾아갔다. 우리는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반가히 맞아주셨다. 이야기 중에 “무슨 일이라도 시켜주세요. 살려주세요”하고 그랬더니 신문사 일을 거들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교단에서 너무 정의를 외치시고 당국에서도 정부에 대한 홍보를 요청하였지만 아랑곳없이 교과서대로 가르치고 현실을 비판하니 시대가 바뀌면서 교단에도 서지 못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강의하는 중에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설명할 때 이승만 태통령을 삼태기에 담아다가 한강물에 버려야 된다고 독설을 퍼부은 국회의원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하였기에 무사하다고 열을 올리며 민주주의는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며 정치인 공무원은 보수를 받고 그 대가로 국민을 위하여 봉사할 의무가 있지 국민 위에 군림할 권리는 없다고 하셨던 분이다.

지금도 그 강의의 영향으로 세금을 내는 국민은 나라의 재정을 책임진 나라의 주인이요, 월급을 받은 공무원은 나라를 유지하는 재정을 담당하는 주인, 말하자면 월급을 주는 주인에게 봉사하고 주인을 잘 위하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기회있을 때마다 주인임을 강조하게 되었다. 공무원이 나라의 주인이 되어 군림코자 한다면 모든 국민에게 월급을 주어 생계를 책임진 연후에 행세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가치가 없으니 의무를 행하고 난 다음 권리는 당당히 자기 것으로 해야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때문에 늘 야당으로 지목되고 당국의 요주의 대상이 되었고 특히 교편 잡으며 한국일보 제주지사장을 했으니 사찰대상이 되어 5·16후 교단에서 물러서서 한국일보 지사장직만 가지고 계셨다.

나는 어쨌든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신문사 일을 보았다. 처음 시작한 것이 신문대금 받는 것이었다. 안내하는 사람과 같이 신문구독료 밀린 사람을 찾아서 수금하고 왜 신문대를 못받게 되었는지 상황판단을 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수금을 다녔다. 다녀본즉 몇 할은 신문대를 떼어먹으려고 작심한 사람들이었다. 신문은 음식과 다르다. 신문 안 읽는다고 죽지 않는다. 신문대금 갚을 능력이 안되면 신문을 빌려 보든 읽지 않으면 되지 신문 구독을 하고 값을 왜 안내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신구간에는 남의 셋방살이 하는 독자를 잘 구분했다가 구독료를 받는데 특별히 노력하지 않으면 하룻밤 사이에 이사해버린다. 그 중에는 젊은이와 학생이 많았다.  무슨 진리를 배우고 지식을 습득하고 인격을 도야한다고 시골서 부모님이 고생고생하여 번 금싸라기 같은 돈으로 제주시까지 유학 와서 결국 배운 것은 남의 것 떼어먹고, 남 손해입히고 양심에 가책을 받기는커녕, 내가 요령있고 ‘재주가 있지’하는, 자기 만족에 도취해서 남 손해시킨 것을 큰 벼슬이나 한양 의기양양하게 도망가버린 사람들, 그들이 이 사회와 국가를 위하여 장차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니 한심스러웠다. 오늘날 이 사회가 정의도 신뢰도 없고 협잡만 판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때 그런 사람이 싹을 키워 이제 무성하게 되었고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잇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가 온통 썩고 위 아래 할 것 없이 목소리는 정의와 신뢰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호박씨 까는 행동을 예사로 한다. 표리부동한 사람이 득실거려 조금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있으면 단박에 병신으로 몰아붙여 상대도 못하게 한다.

어쨌든 돌아본 상황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다. 선생님도 신문은 생명과 무관한데 구독료를 안내어 피해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구독료 안내는 사람에게는 자루를 가지고 다니며 ‘먹는 쌀이라도 돈 대신 내라. 입장을 바꾸어 내가 당신 것 외상으로 가져다 대금을 안주면 좋겠나. 이것은 굶어죽는 식량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미수금을 최소화시켰다.

신문이 낮에 오면 시골 각 지소로 발송해야 하는데, 시외버스 출발시간에 맞추느라 분초를 다툰다. 신문 뭉치를 자전거에 싣고 버스정류장까지 가야 한다. 나는 자전거를 탈줄 몰랐다. 자전거로 빨리 배달하라고 하지만 자전거를 못타니 자전거를 밀며 뛴다. 선생님이 잘 하나 못하나 밖에 나와 지켜볼 땐 난처하기 이를데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담벼락에 손을 짚어 균형을 유지하여 얼마를 가면 선생님이 안으로 들어간다. 이러다 보면 손바닥이나 팔꿈치가 벗겨지고 피가 흐른다. 살기 위해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자전거 타는 것도 점심시간이나 저녁 퇴근 후 부지런히 배우니 선수가 되고 나중에 자전거 장사 때는 무거운 짐도 거뜬히 싣고 시내를 누볐다. 이렇게 해서 받는 월급이 월 1천원이었다.(당시 초등학교 교사 초임 봉급이 4천원 정도)

몸은 나날이 쇠약해지니 감기가 떠나질 않는다. 여름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 나는 사시사철 감기환자였다. 서문통 신흥약국이나 중학교 동창이 운영하는 약포였다. 외상으로 감기약을 사다먹었다. 월급을 받고 오는 길에 외상값을 갚으면 남는 돈이 사백원 어떤 때는 사십원만 남았다. 이 돈을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한달 밥을 먹었으니 집사람의 고생 또한 말로 다할 수 없다. 다행히 아내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어서 남편 병수발 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신문사 지사 일을 해서 천원 받고는 너무나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선생님 누님의 딸이 중학생이었는데 가정교사를 겸하도록 주선해 주었다. 아프지만 않으면 중학생 가르치는 것은 식은죽먹기였다. 그러나 낮에 신문사 일하고 저녁에 가정교사하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래도 한 달을 가르치니 일천원을 주셨다. 한달에 수입이 이천원이다. 약값 갚고 천원 넘는 돈을 아내에게 가져다 줄 수 있었다. 이렇게 몇 달을 가까스로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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