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연륙교](12회) 그 길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연륙교](12회) 그 길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 이금옥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3.19 13:45
  •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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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옥 시인
이금옥 시인
▲ 이금옥 시인 ⓒ뉴스라인제주

200만 년 전쯤, 화산 활동으로 섬 탄생이 시작되고
2만 5천 년 전에는 분화구가 생겨나 한라산 모양이 빚어졌으며
마지막 빙하기 이후인 1만 8천 년 전쯤에야 해수면이 지금과 비슷해지고
5천 년 전에는 섬의 동쪽과 서쪽 해안지대에 수성화산활동이 일어 났습니다.
바다 한가운데서 화산섬인 '돌의 나라'가 서서히 솟아 오른 것입니다.
( 제주 밭담, 밭담의 연원 중에서 )

섬은 태초에 바다와 한 몸이었다.
하늘을 향해 길을 내고자 용암을 뿜어 올려 산을 만들고,
외로운 날엔 오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늘을 담으려 백록담도 품었을 것이다.
섬은 늘 바다가 그립고, 바다는 섬이 그리운 것이다.
섬은 수평선을 바라보며 안부를 묻는다. 그래도 그리운 날은 길을 만들며 간다.
제주의 길은 바다에서 시작해 한라산을 맴돌아 내린다.
어느 날은 바람으로 왔다가 어느 날은 파도가 되어 온다.
천겁 만 겁, 늘 일렁이는 저 파도는 길이 되고픈 바다의 바램인 것이다.

몇만 년 전 용암으로 와서 파도에 가슴을 식히며 바다로 돌아갈 때도
검은 바위 골짜기마다 길을 내며 돌아갔을 것이다. 바다는 늘 그 길을 찾아
섬을 향하는 그리움으로 일렁이고 있는듯하다. 제주올레를 걷다 보면
길은 늘 바다를 향하고 바다는 길을 향하고 있다. 길 따라 불어오는 바람과
파도가 가슴에 안겨드는 올레는 제주의 속마음 인지도 모르겠다.
올레는 집에서 거리로 나가는 골목을 뜻하는데 바람이 강한 제주의 특성상
반드시 곡선으로 만들었다. 바람이 올레를 타고 집안으로 들어와도
휘어들어오다 보면 약해지기 때문이었다.

제주올레는 온전히 걷는 사람들만을 위한 길이다. 걷기 좋은 길을 찾아 잇고,
끓어진 길은 새로 내면서 '제주 올레'가 시작 됐다. 길을 걷는 사람이 행복한 길,
'놀엉 쉬멍 걸으멍 고치 가는 길'(놀면서 쉬면서 걸으면서 함께 가는 길)
제주올레가 육지로, 세계로, 연결하는 길이 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제주올레’라 이름 붙이고, ‘제주에 올래?’라는 초대의 의미도 담았다고 한다

올레의 상징은 '조랑말'이다. 조랑말을 제주어로 '간세'라 하는데
느릿느릿한 게으름뱅이 라는 뜻의 '간세다리'에서 따왔다. 갈림길에서는 '간세'가
길을 안내 한다. 길마다 특징과 개성이 있어 어느 코스를 걷든 아름다운 추억이 남는다.

제주에서 태어난 언론인 서명숙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영감을 얻어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설립하고 추진한 트레일(trail) 코스이다. 올레는 마을 길, 해안 도로,
숲속 오솔길 등 다양한 코스로 이루어져 있고, 우도, 가파도, 추자도 포함, 27개 코스
437km로 열렸다. 제주 올레는 길을 통해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

일본에는 ‘제주올레’ 브랜드를 수출하여 로열티를 받고 있으며, 몽골에도 ‘몽골 올레’라는
이름으로 개장됐다고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에도 상호 상징 구간을 만들어 공동
완주제를 도입, 각각 100km 이상 걷고 양측의 완주 증서를 받으면 ‘공동 완주 증서’와
‘메달’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세계 10여 개 나라에 '우정의 길'이 개설 되있고
4곳에 '자매의 길'이 개설돼있다. 민간에서 시작했으나 경제 활성화 효과, 여행 트렌드 변화,
지역 문화 변화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를 비롯 정부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사시사철, 제주 올레 길따라 오고 가는 사람들도 어쩌면 길이 피워내는 꽃일지도 모를 일이다.
숲에 들면 새들도, 나무들도, 그들만의 언어로 말을 걸어온다. 때가 되면 천리향 향기가
길을 내고 유채꽃은 희망찬 봄을 알린다. 길따라 찔레꽃은 곱게 피어나고 산딸기가 익어간다.
때가 되면 들국화를 피워내고 바람결에 억새들이 속삭이며 따라오는 길,

바닷가를 걷다 보면 갈매기는 앞장서 날고 돌고래는 가끔씩 안부를 물어온다.
평화로운 바닷가! 햇살만큼이나 눈부신 수평선 위로 불어오는 게 어디 바람뿐이랴!
속살거리는 모래톱에 내일을 기약하고, 돌아오는 길가엔 유채꽃이 따라왔다.
가슴 벅차게 푸르던 그 바다도 따라왔다. 돌아보면 수평선에 내가 안겨 있었다.
정답고 아름답던 그 길이 어찌 그립지 않으랴!

제주의 길 위에서 바람과 맞서지 않는 돌담길을 따라 걷는다.
검은 돌들도 할 말이 많은 듯, 제각각의 모양대로 빛나고 있다.
우리는 길 위에서 각각의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이다.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들꽃을 들여다 보는 나를 본다.
제주의 아름다운 길 위에서 나도 잘 어울리는 들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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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 2024-04-15 07:51:28
우리는 모두 길위에 피어나
길을 가는 인생 이 맞네요

은숙 2024-03-23 21:51:57
제주사랑으로 글을 쓰며 바라보는
끝없는 수평선은 어디쯤일까요?
넓은 바다만큼 떠오르는 멋진 시감상을
우리의 마음속까지 전해주는 이금옥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이 2024-03-22 19:21:41
제주올레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네요
그 길을 걷고 싶고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될거 같아요~☆

제주동경 2024-03-22 01:01:16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

미금이 2024-03-21 09:42:59
시인님의 글을 보며 제주의 바다와 하늘을 보며 올레길을 걷고 있었네요. 덕분에 잠시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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