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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4) 질병을 지킨 4방위 수호신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4) 질병을 지킨 4방위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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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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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고성리 ‘아기밴돌’, ‘방사탑’, ‘상듸촐왓 왕석’

이 글은 2024.3.10. 탐방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므로 내용과 사진이 현재 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글쓴이 註]

# 4방위 수호신의 마을 고성리를 가다

요즘처럼 비가 자주 내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덧 우리 곁에 따뜻한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이 좋은 계절에 애월읍 고성리를 찾아간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는 제주시에서 서쪽으로 12km지점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로서 본동과 보로미마을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다.

고성리는 삼별초의 마지막 항쟁지인 항파두리 항몽유적지가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러한 관계로 고성리에는 김통정장군의 설화와 전설이 무궁무진하게 전해지고 있다. 특히 고성리에는 4방위 수호신이 있어 마을을 지키고 질병을 막아냈다. 4방위 수호신은 동쪽으로 아기밴돌(선돌), 서쪽으로 성동산 거제비, 남쪽으로 상듸촐왓 왕석, 북쪽으로 알작지소 방사탑을 말한다.

아기밴돌(선돌)
▲ 아기밴돌(선돌) ⓒ뉴스라인제주

# 청제장군 아기밴돌(선돌)

먼저 마을 동쪽에 위치한 수호신인 아기밴돌(선돌)을 찾아간다. 선돌을 가는 길에 진군모를 동산이 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진군모를 동산은 지금은 귤밭이 조성됐지만, 옛날에는 소나무 밭이었고, 동산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고 한다.

진군모를은 고성리 동쪽 능선으로 삼별초군 최후의 진지였다. 파군봉 전투에서 무너진 삼별초군은 이곳에 와 최후의 저지선을 만들고 여몽연합군에게 저항했지만, 군사가 적어 끝내 성은 무너지게 된다. 진군모를 동산에서 동쪽으로 약 100m 정도 가면 길 가장 자리에 아기밴돌이 우뚝 서 있다.

동쪽 수호신인 선돌이다. 바위모습이 임신한 사람처럼 볼록하게 나와 있어 아기밴돌이라고 부른다.

김통정 장군이 아내의 영혼이 이 돌에 스며들어 아기밴 채 서 있는 모습으로 있다하여 ‘아기밴돌’이라고 부른다.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옛날 병술년(1886년)과 경신년(1920년)에 호열자(콜레라)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으나 고성리만큼은 그 화를 면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호열자를 막기 위해 답동산(마을제단 남쪽)에 천막을 치고 꿩을 희생으로 제를 올리고 청년들이 이곳 선돌목을 지키며 사람의 통행을 막아 희생자 없이 마을이 무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이 돌이 마을로 들어오는 병을 막아준 수호신이라고 믿고 있다.

아기밴돌이 동쪽을 수호신이라서 청제장군(靑帝將軍)이라고 부른다. 동쪽을 지키는 청룡과 마찬가지이다. 중산간 도로를 넓힐 때에도 이 선돌을 훼손하지 않고 유지하려고 하다 보니 직선도로가 아닌 휘어진 모습으로 남아 있다. 휘어진 도로지만 이곳에서 단 한 건의 교통사고도 없었다고 한다.

흑제장군 방사탑
▲ 흑제장군 방사탑 ⓒ뉴스라인제주

# 흑제장군 방사탑

선돌에서 다시 북쪽에 있는 수호신 알작지소를 향해 간다. 리사무소 옆 하천을 따라 600여m 내려가면 알작지소가 있다. 알작지소는 고성천 하류에 있는 소(沼)로 알작지소 주변을 살펴보면 큰 암석에 발자국 모양이라든가 의자모양, 미끄럼대 모양을 볼 수 있다.

알작지소는 김통정 장군이 멱을 감고 젖은 몸을 말리곤 했다는 전설이남아 있다. 옛날에는 나무를 깎아 까마귀나 솔개모양의 솟대를 만들어 마을 곳곳에 세워 놓았다고 한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으로도 모자라 마을 곳곳에 솟대를 세워놓았다는데 지금은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알작지소 앞 길가 옆에는 방사탑이 있다. 방사탑의 상단부의 돌은 4.3때 성을 쌓는데 이용됐으나 하단부는 원형이 남아 있어 현재의 상태로 원상복구 했다고 한다. 탑은 허튼층 쌓기를 하였고 속은 잡석으로 채웠다. 탑의 크기는 높이 350㎝, 밑지름 580㎝, 윗지름 264㎝이다. 탑의 상단부에는 길쭉한 돌(높이 80㎝, 너비 29㎝)이 세워져 있다.

이곳은 오방위 중 북쪽을 관장하는 흑제장군(현무)의 역할을 하고 있다.

# 백제장군 성동산 답다니(방사탑)

성동산은 항파두리 북쪽 진입로에서 남쪽으로 뻗은 동산을 말한다. 말 그대로 동산위에 성이 있다 하여 성동산이라 한다. 이 성은 계곡과 능선을 이용하여 15리(6km)에 달하는 둥그런 모양을 이루고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성위에 재(炭)를 깔아 두었다가 적군이 공격해 오면 말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아 성위를 달리게 했다. 그러면 재가 안개처럼 자욱하게 흩날려 여몽연합군은 사방을 분간할 수 없어 공격을 포기하고 돌아가곤 했다는 이야기가 전하여 온다.

성동산 바로 밑에 거제비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옛날에 그곳에서 공동목욕탕과 물맞는 곳이 있었다고 한다. 수호신은 성동산 아래 답다니가 있었다고 한다. 내(川) 아래에 답다니가 있었다고 하니 지금 도로거나 위쪽이나 아래쪽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4.3때 성을 쌓으면서 돌을 가져가 버려 지금은 흔적조차 남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상듸촐왓 왕석
▲ 상듸촐왓 왕석 ⓒ뉴스라인제주

#적제장군 상듸촐왓 왕석

성동산에서 상듸톨왓 왕석을 보기 위해 차를 돌린다. 상듸촐왓이란 온동네 사람(상듸)이 동원되어 울을 두르고 촐왓(‘꼴밭’의 제주어)을 만든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상듸촐왓은 촐왓이 아닌 그저 냇가에 위치한 것 같았다. 상듸촐왓의 머리는 노캐터다. 거기에 남쪽 수호신인 왕석이 있다. 올레16코스를 지나는 고성천에 있다는 왕석을 찾고자 이리저리 헤맸다.

길에서는 나무가 우겨져서 보이지 않았고, 냇가로 들어가 볼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왕석을 찾으러 냇가로 들어갔지만, 냇가 가운데 커다란 암석이 턱 버티고 서 있었고, 사람이 지나간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설마 이런 곳에 왕석이 있을까 싶었다. 왕석은 이렇게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쉽게 왕석을 볼수 있도록 길 하나쯤 만들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왕석은 올레 16코스를 지나는 고성천 냇가에서 북쪽으로 약 70m 정도 들어가서야 볼 수 있었다. 고성리 4방위 수호신중 남쪽 수호신인 왕석이다. 하천 옆에 위치한 이 왕석은 한 마리 어떤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 같았다. 커다란 동물모양의 암석에 괜히 놀란다. 왕석과 함께 왼쪽으로 길게 뻗은 기암괴석들은 마치 용의 꿈틀대는 것 같다. 바로 왕석 오른쪽으로는 곧게 뻗은 나무 한그루가 왕석이 그늘이 되어 왕석이 편안히 쉬고 있는 것 같다.

왕석 밑으로 작은 골짜기를 형성하고 있는데 곳곳에 있는 기암괴석들도 볼만하다. 아기자기한 동물 모양의 기암괴석들이 있어 지친 마음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이렇게 고성리 4방위 수호신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조속히 백제장군이 복원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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