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29 (일)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3)생명 창조하는 신성한 바위 찾아가보니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3)생명 창조하는 신성한 바위 찾아가보니
  • 강상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4.01.30 17: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시 노형동 한라산 천왕사 ‘산신바위’, ‘칠성바위’, ‘보살바위’, ‘남근석’

이 글은 2012년 02월 11일, 2023년 03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탐방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므로 내용과 사진이 현재 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글쓴이 註]

# 천왕사를 가다

밤새 내린 눈이 빙판을 이뤘다. 하지만 오후 들어 햇빛이 비치더니 이내 날씨가 풀린다. 그래서 천왕사로 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선다. 제주시내에서 신비의 도로를 거쳐 1100도로를 따라 천왕사 진입로를 올라간다.

진입로는 제설 작업을 하지 않아 많은 눈이 쌓여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천왕사로 올라간다. 주차장에는 베트남 참전 위령탑이 있고 바로 옆에는 석굴암 탐방로가 있다.

오른쪽 천왕사로 올라가는 길 양쪽에는 삼나무에 새하얀 눈으로 덮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간간이 내리는 눈이 그야말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1100도로에서 천왕사까지 1km 남짓한 거리에는 삼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향을 맛보며 호젓하게 걸을 수 있지만 눈 내린 날이라 그런지 그 향을 느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진입로
▲ 진입로 ⓒ뉴스라인제주

천왕사로 올라가는 왼쪽으로 진입로를 개설했다. 간혹 차량들이 천왕사 경내까지 올라간다. 그 길 위에 또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다. 천천히 눈을 밟고 올라가다 보면 절로 마음이 씻기는 느낌을 받는다. 눈이 내린 산사에는 고요하고 차분한 느낌이다. 이따금 눈발이 날린다. 대웅전 풍경소리에 절로 합장하게 만든다.

사찰 입구에는 한라산 노루도 먹고 간다는 약수터가 있는데 눈 속에 파묻혀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천왕사는 한라 명산의 정기가 서려 있는 아흔아홉 골짜기 중 하나인 금봉곡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제주시 서남쪽 한라산 중턱에 있는 아흔아홉 골은 크고 작은 골짜기가 마치 밭고랑처럼 뻗어 내린 기이한 봉우리 아흔 아홉개가 모여 골짜기도 아흔아홉 개를 이루고 있다. 아흔아홉 골. 그 신비로움이 우연이 아닌 이곳에 산색만큼이나 아름다운 사찰의 계곡이 굽이굽이 들어서 있다.

천왕사 대웅전
▲ 천왕사 대웅전 ⓒ뉴스라인제주

# 산신바위, 칠성바위, 보살바위

천왕사는 1955년 산신각 근처에 있던 토굴에서 참선 수행을 하던 비룡스님에 의해 수영산선원이란 명칭으로 창건되었다. 그 후 천왕사로 사찰 이름을 바꿔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계곡을 옆에 두고 비탈진 능선을 따라 앉은 천왕사 가람배치는 그대로 자연을 닮아있다. 자연 그대로 순응을 하는 한국의 미와 정서가 깃들어 있는 가람을 새롭게 중창불사를 했다.

대웅전은 전통미가 살아있는 2층 기와 건물로 2층은 법당으로 사용하고 1층은 수행관으로 불자들이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천왕사에는 대웅전과 명부전, 삼성각, 선방과 요사, 해수관세음상 등이 있다. 사찰 옆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선녀폭포가 있는데, 상수원 보호를 위해 현재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산신바위, 칠성바위, 보살바위
▲ 산신바위, 칠성바위, 보살바위 ⓒ뉴스라인제주

천왕사 마당에 들어서서 눈을 돌리면 대웅전 뒤에는 용바위라 불리는 커다란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경복궁 뒤의 용머리 바위와 닮은꼴이다. 그래서 용머리 바위라고도 부른다. 천왕사 바위에 대한 신앙도 육지부와 같은데 기이하면서 정감이 가는 천왕사 바위는 천왕사 뒤 왼쪽 산자락에 도열해 있는 바위들이다.

길쭉길쭉한 선바위들이 여기저기 자연스레 솟아 있는 광경은 찾아오는 이를 신비스럽게 만든다. 기세 좋게 뻗은 바위들이 눈발에 파묻혀 보기 드문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대웅전을 보호하는 듯 병풍처럼 둘러싸인 이 바위들은 산신바위, 칠성바위, 보살바위라고 부른다. 또 어떤 이는 부처님 모습의 바위, 나한님 바위라고도 부른다. 이렇게 곧게 뻗은 바위들은 저마다 피어낸 이야기가 아름답게 피어낼 듯하다.

남근석, 바위위에 눈이 쌓여 요상한 느낌이 든다
▲ 남근석, 바위위에 눈이 쌓여 요상한 느낌이 든다 ⓒ뉴스라인제주

# 남근석과 남근숭배사상

아무튼 기묘한 바위가 솟아 있어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한다. 이 바위들은 천왕사를 내려다보는 듯하다. 또 천왕사를 보호하는 듯 서로 어깨를 기댄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곳의 백미는 산자락에 위치해 있는 남근석이다. 높이는 10m는 족히 넘을 것 같다. 그야말로 남성의 생식기 모양을 하고 있다.

거기에 눈까지 쌓여 요상한 느낌마저 들게 만든다. 어떻게 산자락에 이렇게 우뚝 섰는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각도를 달리해서 보면 꼭 천왕사를 지키는 사천왕 같기도 하다.

봄날의 남근석. 수풀 속에 남근석이 있어 이상야릇한 느낌이 든다
▲ 봄날의 남근석. 수풀 속에 남근석이 있어 이상야릇한 느낌이 든다 ⓒ뉴스라인제주

우리의 토속신앙에는 남근석을 숭배하는 신앙이 있었다. 남성의 생식기를 본떠 만든 나무 조각을 마을 입구에 세워놓고 마을의 풍년과 풍작, 장수와 다산을 기원했다고 한다. 거대한 남성의 생식기 모양은 그것 자체로 거대하고 위대한 남자를 상징하는데, 이것은 짐승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 악한 귀신을 쫓아 준다고 믿었다. 또 고귀한 혈통의 왕을 상징하기도 했다.

아기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남근석을 향해 소원을 빌면서 성행위를 하고 손으로 쓰다듬거나 그 위에 올라타 배를 문지르는 행위를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되고 불임이었던 여자는 아이를 얻을 수 있으며 몸속을 정화 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남성의 성기가 창조의 상징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하는 염원과 자연에 씨를 뿌려 풍작을 얻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남근을 숭배하는 것이다.

생명의 근원인 남근에게 가정의 행복과 자손을 빌고 마을의 풍작과 발전을 비는 것이다. 거대한 남근은 그 나라의 강력한 생명력을 의미하며, 그 생명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기원하는 제를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천왕사 남근석은 음란한 느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이 든다.

육지부의 남근석 주위에는 바위 돌에 새긴 알터란 것이 있는데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여근석도 존재한다. 알터와 여근석 모두 남근석과 조화를 이루어야 풍작을 이룰 수 있고 자손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남근석 주변에는 알터와 여근석이 존재한다.

아쉽게도 천왕사 남근석 주변에는 아직까지 그러한 것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근석 옆에 하천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계곡의 여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따라서 남근석과 하천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고 할 것이다.

#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의 글과 사진의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으므로 글쓴이의 허가 없이 무단 복제 및 전제를 엄격히 금지합니다. 관련 글과 사진은 현재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