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신간] 이경란 교사 《응답하라 제주할망》 발간
[신간] 이경란 교사 《응답하라 제주할망》 발간
  • 서보기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11.28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녀가 듣고 기록한 할머니 자서전
이경란 교사 《응답하라 제주할망》 표지
▲ 이경란 교사 《응답하라 제주할망》 표지 ⓒ뉴스라인제주

평범한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
제주가 담겨 있고, 세상이 담겨 있었다

할머니가 구술하고 손녀가 기록한 책이다. 초등교사인 손녀가 제주 법환리 상군 해녀 출신 할머니의 삶을 전한다.

개발경제 이전, 자연에서 삶의 도구를 구하고 서로 연대하며 살았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귀중한 제주 생활사와 제주 여성의 삶을 담고 있다.

책에는 할머니의 90년 역사가 담겨 있다. 1부 우리 살아난 건 골아도 몰라(우리 살았던 것은 말해도 몰라)는 할머니의 구술에 담긴 제주 생활사 이야기다. 그 시절의 농사와 물질, 물 긷기와 결혼 풍습, 출산과 육아, 제주4.3과 6.25까지, 팍팍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 도우며 지혜롭게 살아온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부 나의 역사는 닦이지가 않는다(나의 역사는 지워지지가 않는다)에서는 제주 위에 그려진 할머니의 역사를 담았다. 해녀로서 60년 동안 물질을 하며 생계를 꾸려온 고단한 삶, 육남매를 낳고 기르며 쉴 새 없이 살아온 지난날을 돌아본다.

책은 할머니의 제주어 구술을 그대로 전하고 표준어 대역을 실었다. 제주 문화와 생활사뿐만 아니라 생생한 제주어의 말맛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할머니에 대한 존경과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 소중한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게 전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빛난다.

이 책은 2023년 제주도교육청 우리 선생님 책 출판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향후 각급 학교에 배부될 예정이다.

구술을 한 신술길 할머니는 서귀포의 어촌 마을인 법환에서 태어나 평생을 한 마을에서 살았다.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13살부터 물질을 시작했고, 75살이 되는 해까지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해녀 일을 했다. 해녀 중에서도 물질 능력으로 가장 인정받는 ‘상군 해녀’였다.

할머니의 명대사는 바로, 말해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어 ‘골아도 몰라’. 지금 세대에게 아무리 말을 해도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고되고 열악했던 그 시절, 그 세월. 할머니의 ‘아이고’ 소리에는 치열했던 90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이경란 교사는 제주의 문화와 제주어를 담은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교사모임 ‘혼디놀레’로 활동하며 1집 앨범 <검은 인어공주>, 싱글 앨범 <요망진 똘내미, 오름 오르게!>를 발매했다. 아이들과 함께 제주를 노래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한그루 刊, 16,000원
 

■ 책 속에서
 

할머니 30살 땐 뭐했어요?

아이고, 그땐 다른 사람의 밭 빌려 살아서, 삶이 삶 아니었어. 그때 101살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있었어. 그 시어머니가 아침에 밝아가면 아주 지친데 와서는 “얼른 밭에 가라” 하면 밭에 가서 해 저문 후까지 김매다가 오고, 그렇게 안 한 날은 물질가서 해 저문 후까지 하다가 왔지. 아기들은 갓난아기였으니까 오죽 힘들었겠어? (41쪽)

그땐 먹을 게 그거밖에 없었구나.

저기 동규 할머니도 이제 고구마 먹고 싶지 않다더라. 어릴 때 하도 지겹게 먹어서. 아이고, 우리도 친정어머니부터 가난해서 고구마만 고구마만 먹었어. (42쪽)

우리 때는 물 사서 먹는데. 할머니 얘기 들으면 제주도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사람들도 알 수 있겠어요.

우리 예전에 태풍 불어서 센 날은 막숙물 없으면 ‘공물’(법환의 용천수 중 하나) 물. 공물도 물 안 날 땐 공물 넘어가면 그 아래 요만한 물 졸졸 나는 데가 있어. 그 용천수에 가서 져다가 먹었어. 우리 살았던 건 말해도 몰라. 우리 살았던 것은 말해도 너희들은 모른다. (58쪽)

그럼 그때는 지금처럼 신혼여행 가고 그런 거 없었어요?

없다! 신혼여행이 뭐니? 해녀 할머니들이랑 일본 여행 간 게 처음으로 비행기 타 본 거야. 옛날에 난 그래도 가마 타고 시집 갔어. 다른 사람은 트럭 타고 갔다고 하더라. (76쪽)

15살 되니까 본격적으로 해녀 일 한 거예요? 13살 때는 배우기 시작하고? 그때 얘기해 주세요.

난 다 자라서도 물질하지 못했어. 우리 어머니가 모자반 캐러 가니까 어머니 마중 갔는데, 난 13살이 되도록 물질을 할 줄을 모르니까 어머니가 날 안아다가 저 바다 깊은 데로 가서 내버려두고 어머니는 나와버리셨어. 난 거기서 어떻게 어떻게 헤엄쳐서 나온 게 물질 배우게 된 것이야. (116쪽)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