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41 (일)
[전문] 4·3 왜곡, 혐오의 장막을 걷어내라
[전문] 4·3 왜곡, 혐오의 장막을 걷어내라
  • 서보기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3.29 13: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국, 우려했던 바가 눈앞에서 다시 공개적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국가 보고서인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조차 무시하고 왜곡하며,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가는 현수막이 제주 전역에 걸려있다. 더구나 서북청년단의 이름으로 4·3 추념일 당일, 제주에 ‘상륙’한다는 공지도 온라인상에 올라왔다. 현재 정당이 게시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무차별적인 혐오 발언이라고 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적 제도의 한계이다. 제주 도지사나 도의회 의장이라 해도 철거해달라는 요청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며, 더욱이 여당인 국민의 힘은 언론을 통해서는 4·3 혐오 현수막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4·3의 역사적 정의를 두고 정치적 득실을 따지는 여당의 행태는 결국 4·3 혐오 현수막을 건 패거리들과 다를 바 없다.

지난 2022년 6월 15일,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제주 혐오표현 방지 및 피해자 지원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제주 4·3에 대한 혐오 표현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언급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혐오표현에 대한 사회적 규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당시 조례제정안(2021.11)은 ‘모든 개인이나 집단에게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주거나 개인 또는 집단 간 갈등을 유발하여 사회적 해악을 야기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혐오표현으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실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과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는 도의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지금의 상황에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자리를 탐했던 자의 아들이 말했다. “제주도에서 온 빨갱이 OO!”. 이러한 폭력적인 혐오발언은 한 청년의 삶을 무너뜨렸다. 그런데도 사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이러한 혐오적 말들의 폭력에 대해 책임있는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사회의 혐오적 발언과 행위에 대해 머뭇거리는 모습에, 그동안 ‘편협한 인식’이라는 사회적 비난에 갇혀 있던 온갖 혐오 발언들이 용기를 얻고 더 크게 발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 결국 제주에서도 4·3에 대한 혐오 주장이 현수막에 담겨 제주 전역에 걸리고, 자칭 ‘서북청년단’이 제주에 ‘상륙’한다는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헤프닝이 아닌 혐오적 표현과 인식의 확장 추세를 묵인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검찰은 이러한 혐오에 대해서는 사회가 알아서 잘 대처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우려거리는 아니라는 한가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제주도민들은 통째로 ‘빨갱이 섬’이라는 손가락 끝자리에 놓이게 되었으며, 제주도민들은 그렇게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정당화’된 차별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차별금지법이나 혐오표현 방지 조례의 제정을 미루며 정치권이 떠든 이야기가 있다. 바로 ‘사회적 합의’이다.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를 운운할 것인가? 지금이 바로 그 변명을 해소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의 상황에 법리적 대처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화한 혐오적 표현에 대하여 사회적 합의를 위한 공론의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혐오적 표현으로 가득한 현수막 근처에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현수막을 걸거나 말로만 철거하라는 공허한 액션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행동할 때이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 혐오를 부추겨 차별, 적의, 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제인권규범의 기본적 원칙을 대사회적으로 확인하면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옥외광고물법‘이라는 작은 조항만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응체계 및 법 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아래와 같이 주장한다.

- 제주 4·3을 왜곡하고 혐오표현으로 가득찬 현수막을 모두 철거하라!

- 제주도는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규제할 보다 구체적인 법적 체계를 마련하라!

-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야기하며 제주공동체를 뒤흔드는, 제주 4·3 왜곡 혐오 현수막 게시한 정당, 단체들과 이를 방조하고 유기하는 국민의 힘을 규탄한다!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제주 4·3의 역사적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하는 제주4·3관련 단체들과 모든 시민세력과 연대하여, 제주도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에 지속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또한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작금의 차별과 혐오 상황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장을 우리사회의 모든 사회단체와 정치세력들에 제안하며,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그 공론의 장에 적극 참여할 것이다.

2023.3.28.

제주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강정친구들 민주노총제주본부 서귀포시민연대 전교조제주지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제주도연합 정의당제주도당 제주DPI 제주녹색당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제주통일청년회 제주평화인권센터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 진보당제주도당

참교육제주학부모회 평화민주인권교육인

(19개 단체 및 정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