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자청비](89) 목욕탕 풍경
[자청비](89) 목욕탕 풍경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2.2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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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어깨 통증으로 병원에 다닌다. 치료방법 중 하나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근육 이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한 달치 표를 구하고 사우나를 찾았다. 뜨거운 온수에 몸을 맡기니 경직된 몸이 풀리면서 통증이 완화되는 것만 같다.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대는 한증실(찜질방)로 들어섰다.

여자들의 수다방이라 할 정도로 한증실은 여자들이 취미를 즐기며 힐링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오전 오후 시간대별로 멤버들이 결성되어 있어서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될 정도로 결속력 또한 돈독하다. 80c가 넘나드는 뜨거운 공간, 삼삼오오 둘러앉아 땀을 빼는 모습들이 신기하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가장 원시적인 모습으로 대면한다. 일행 중 어느 한 사람이 큼지막한 냉커피 한통을 들고 왔다. 주거니 받거니 서로 아낌없는 배려가 오고 간다. 또한 이곳은 동네 사랑방이기도 하다. 잠시 앉아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다 보니 세상 돌아 가는 일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정보의 원산지다. 나는 찜질을 즐기는 편이 못돼서 찜질방으로 들어가면 10분도 견디지 못하고 어지러움증으로 헉헉 거리다 나오기 일쑤다. 찜질도 중독이 되는지 하루라도 땀을 빼지 않으면 몸이 견딜 수 없다고 한다. 매일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는다고 하니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사람마다 취미가 다르듯이 사우나에서 찜질을 즐기는 것도 취미생활의 한 부분이다.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새롭다.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이 다가오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읍내에 있는 대중목욕탕으로 갔었다. 대목이라 온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바람에 탕 안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수증기로 가득하다. 왁자지껄 많은 사람들로 인해 앉을 자리마저 찾기가 쉽지 않다. 뜨거운 탕 안에서 한참을 놀다 보면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몸을 맡겨 때를 밀어대기 시작한다. 손만 닿아도 시커먼 때가 주르르-밀리고 본전을 뽑을 심사로 어머니는 볼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밀어대서 나의 몸은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한참을 옥신각신 끝에 목욕을 끝난 후의 상쾌함이란 새털처럼 가벼워진 육체의 활기는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생각만으로도 상쾌하다.

인도의 성인 간디는 매일 잠자기 전 하루 일상을 생각하며 뜨거운 물속에서 목욕을 하며 사색을 즐긴다고 했다. 그만큼 목욕은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몸을 가볍게 만들고 혈액을 맑게 하며 피부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한다.

오늘처럼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뜨거운 찜질방에 몸을 맡겨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 예전 어머니의 진한 사랑을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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