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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88) 다시 새롭게, 처음처럼
[자청비](88) 다시 새롭게, 처음처럼
  • 김순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2.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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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뉴스라인제주

새해 벽두에 올해의 소망을 가슴에 품고 버킷리스트와 실천목록을 만들었다.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실천하겠다는 의지는 시간과 함께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으면 그게 동기유발이 되어 다시 분발하기도 한다. 그런 계기를 이벤트처럼 자주 만드는 일도 실천에 도움이 된다.

새해의 다짐을 우리 명절 설날에 다시 새겼다. 설 인사를 주고받으며 덕담이 오갈 때 올해의 소망을 가족들과 주고받았다. 실행을 뒷받침하는 힘을 얻으려면 ‘나는 올해 이러하겠노라.’ 지인들에게 선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자들에게 선포한다.

올해 소망은 좋은 습관 하나 더 만들기이다. 몇 년 전 ‘좋은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라는 글귀를 현병찬 선생님께 받아서 잘 보이는 곳에 걸었다. 첫째는 자고 일어난 이부자리를 잘 정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이 습관은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였다. 사소한 것이지만 하루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뜻일 거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지금까지는 잘 실천되고 있으니 다행이다.

두 번째는 운동 습관 만들기이다. 해마다 체중감량을 목표로 했으나 결국 실패였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이나 건강한 몸을 만들어 보디 프로필을 찍는 사람들이 나에게는 존경의 대상이다. 올 한해 운동량과 식사량을 조절하여 꼭 체중감량에 성공하고 싶다. 지면을 통해 독자들과 공유하는 것도 실천의 끈을 더 단단히 하기 위함이다.

한 해의 가장 먼저 온 절기, 입춘을 맞았다. “입춘대길 立春大吉 건양다경 建陽多慶” 글귀를 마음에 새겼다. 입춘 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은 코로나가 물러가고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그동안 방역수칙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는 유령처럼 활개를 치고 다녔으니 봄은 왔건만 봄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도 봄은 올 것이다. 나무들을 보라. 한겨울에도 봄을 꿈꾸며 설레는 채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잎을 떠나보낸 앙상한 팽나무 가지 끝이 맑은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가지는 하늘의 기운을 한껏 받아들여 흙으로 보내도 뿌리는 땅의 에너지를 가지 끝에까지 오려 보내고 있다. 다시 초록 잎으로 뒤덮여 웅장한 모습이 될 때쯤이면 여름도 팽나무에 숲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봄은 희망이요 설렘의 계절이다. 이맘때쯤이면 내 안에서도 봄맞이 준비로 설렘이 조금씩 부풀어 올라 풍선처럼 팽팽해진다. 뒤뜰 매화나무는 아기 손톱만 한 봉오리를 내밀고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이 잠에서 깨어나면 꽃을 따서 우선 차로 마실 것이다. 내 안에 매화향이 봄처럼 퍼지겠지. 작년처럼 올해도 친구가 와서 꽃잎을 정성스레 따가겠지. 집에 가서 매화차를 음미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그 소감을 카톡으로 전해주겠지.

현관 입구에 서서 오가는 주인장을 맞이하던 백목련도 찬란한 황홀의 순간을 꿈꾸고 있다. 보드라운 털 속에 하얗게 만개할 꿈과 설렘이 가득하다. 폭발하듯 피어나 마당을 화려하게 장식할 그때를 기다린다. 하얀 백목련을 달빛 아래서 바라보는 것은 환희에 가깝다. 백목련의 찬란한 순간을 그리 길지 않아 항상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마치 질투라도 하듯이 비바람이 불고, 맥없이 떨어져 버린 목련꽃은 그 옛날이 영광과 환희는 그저 덧없는 순간이었음을 느낄 따름이다. 한때 잘 나가다가 나락으로 떨어져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린 어떤 사람을 생각하게 하는 나무다.

천리향도 꽃봉오리를 내밀고 있다. 가까이 가니 향기가 수줍게 올라온다. 천리향의 향기를 맡을 때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인향만리人香萬里를 생각한다. 내 주변에 인향만리와 같은 분이 계셔서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음이 또한 복된 일이다.

잔디 마당의 초록에도 눈길이 머문다. 한겨울 추위에 꼼짝없이 ‘나 죽었소.’ 했던 누런 잔디 사이로 뾰족뾰족 초록이 보인다. 생명이다. 다시 초록으로 환생하여 새 희망을 품고 있다. 마당을 온통 초록으로 칠할 때쯤이면 봄이 무르익어 여름을 불러올 것이다.

입춘을 맞아 다시 새롭게, 처음처럼, 설렘을 안고 다시 마음을 다진다. 새해 첫날에 품은 소망을 다시 소환하고 꼭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는 것도 설레는 일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서 버킷리스트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는 일이야말로 나를 꽃피우게 하는 일이다

오늘 아침도 잠자리를 정리하며 기대와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해본다. 비록 그 설렘이 바람처럼 흩날려 사라져버릴지라도 설레는 순간만큼은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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