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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86) 선의의 행동
[자청비](86) 선의의 행동
  • 박미윤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3.02.0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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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윤 소설가
박미윤 소설가
▲ 박미윤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장례식장에서 우리 동네로 빠지는 길에 큰 돌이 두 개 떨어져 있었다. 돌이 없었다면 두 대의 차가 교차하며 지나갈 수 있지만 돌 때문에 차 한 대만 지나갈 수 있었다. 내 뒤에도 차가 있고 맞은 편으로도 차가 오고 있어서 나는 맞은 편에서 오는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그 차는 돌 옆을 지나가지 않고 차를 그대로 돌 옆에 세웠다. 여자 운전사가 차에서 내렸다.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돌을 옆으로 굴렸다. 하나를 굴리고 또 하나를 굴렸다. 나는 다른 차들의 주행에 방해될까 봐 돌을 치우는 여자를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왜 나는 돌들을 치울 생각을 하지 못했나. 그리고 왜 여자가 두 번째 돌을 치우기 전에 차에서 내려서 도와주지 못했나. 여자는 약간 민망해하는 얼굴을 하며 차에 올랐다. 선한 일을 했고 칭찬을 받을만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짓는 표정 같았다.

그녀 때문에 돌이 치워진 길을 지나가면서 예전에 어쩌지 못하고 안타까웠던 상황이 생각났다. 한마음병원 윗길로 차를 몰고 가다가 차도 한가운데서 울고 있던 새끼 고양이가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그 당시에 고양이가 다른 차선 한가운데서 떨고 있는 걸 봤지만 그 순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대로 지나쳤다. 비상등을 켜서 옆에 차를 세우고 달려오는 다른 차들을 제지한 후 그 새끼고양이를 안전하게 이동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 번도 부딪쳐보지 않은 일이라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결정을 못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행동이 먼저라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은 남의 선한 행동을 보면서 학습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런 행동들은 다른 비슷한 상황에서 행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앞으로 그런 고양이를 보거나 방해되는 물건들이 차도에 떨어져 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할 지 나침판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경우에 자기에게 별 이익이 없어도 자발적으로 타인을 위해 행동하게 될까? 사회학자들이 카페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한다. 화장실에 가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봐달라고 특정 손님에게 부탁 한 경우와 하지 않은 경우로 나눠서 실험을 했다. 주인 외에 다른 사람이 노트북을 가져가려고 했을 때 노트북을 지켜봐달라고 부탁받은 손님들은 모두 노트북을 가져가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부탁하지 않은 경우는 의심하는 눈초리를 보내면서도 대부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의 책임이 있다는 의식이 있을 때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한다.

많은 사람이 있을 때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하는 무의식적인 마음이 자발적 행동을 가로막는다. 심리학적 용어로 ‘방관자효과’라고 한다. 1964년 미국에서 한 여성이 주택가에서 강도에게 칼에 찔려 숨지는 약 35분 동안 아무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는데 누군가 신고 했겠지 하는 추측이 아무도 신고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있을 때 도움을 청하려면 한 사람을 지목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내가 길 위에 있는 돌을 보고도 치우지 않고 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 것이나 차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새끼고양이를 보면서 어쩌나 걱정하며 그냥 지나간 것은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해결할 거라는 무의식적인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누군가의 선의의 행동은 적극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했던 나를 돌아보게 했다. 쑥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더라도 누군가 하겠지 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보다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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