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41 (일)
[자청비](78) 슬기로운 인터넷 생활
[자청비](78) 슬기로운 인터넷 생활
  • 박미윤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12.08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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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윤 소설가
박미윤 소설가
▲ 박미윤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네이버를 켰다가 깜짝 놀랐다. 검색 칸 위 대문 사진에 내 생일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네이버 대문에는 한글날에는 자음, 모음을 형상화한 그림이 뜨고, 24절기에는 그 절기에 맞는 그림들이 걸린다. 한국과 가나의 월드컵 축구 경기 날엔 한국과 가나 국기 모양을 한 축구공 두 개가 공을 주고받는 이미지가 걸렸다. 네이버를 열 때마다 어떻게 형상화돼 있을까 궁금해서 보는 편인데 내 생일을 축하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네이버가 나를 위해 플래카드를 걸고 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왜 내가 네이버에서 축하를 받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 이것은 카톡으로 아침 일찍 (내가 자는 시간에) 보내져 온 축하 인사를 본 후여서 더 그랬을 것이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과 아주 오래전 잠깐 카카오스토리에서 인사를 나눴던 분이 카톡으로 생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카톡에 ‘오늘 생일인 친구’라고 떠서 메시지를 보낸 것 같았다. 축하 메시지가 친한 사람에게서 왔으면 반갑게 고맙다고 할 텐데 뭐라 응대해야 할지 난감했다. 나는 절친의 생일도 잘 챙기지 못하는데 거의 모른다고 해야 할 사람한테 메시지를 받고 보니 고맙다기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것에 대해서 생각하다 보니 내가 인터넷에서 뭔가를 검색할 때마다 뜨는 광고들이 떠올랐다. 가끔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는데 내가 인터넷을 켤 때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내가 검색했던 게 광고로 뜬다. 그 광고를 보면 쇼핑몰에서 검색하다 결정하지 않은 물건이 생각나 다시 인터넷 쇼핑몰로 직행하게 되고 거기에서 시간을 쓰게 된다.

넷플릭스에서는 가족이 한 계정을 쓰는데 모두 다른 화면이 뜬다. 어떤 장르를 봤는지에 따라 추천해주는 것들이 가족마다 다르다. 나의 경우는 다큐멘터리를 몇 번 봤더니 넷플릭스를 켜면 비슷한 컨텐츠로 추천되는 다큐멘터리들이 많아졌다. 생각지 않았던 추천 목록을 보고 관심이 생겨 몇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로타르 라이베르트는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 중의 하나가 SNS 확인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해 인터넷을 켜는 것 자체가 내 시간을 자발적으로 바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내 의지대로 인터넷에서 시간을 쓴 거 같지만 사실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춰 준비한 것들에 현혹되어 내 귀중한 시간을 더 쓴 셈이다. 그러니까 내 선택이었다고 여기고 싶지만 많은 것들이 내가 내 취향을 선택하도록 더 빈번하게 노출되는 것들을 클릭했다.

요즘 가짜 뉴스가 인터넷에 많이 떠돈다고 한다. 누가 그런 가짜를 믿을까 싶지만, 인간의 ‘확증편향’이 그런 걸 가능하게 한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다. 자신의 신념과 부딪치는 정보는 무시해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강화해줄 수 있는 정보는 신뢰하고 받아들이는 식이다.

예전에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며 전 재산을 사이비 종교에 바치고 종말을 기다린 신도들은 예정된 날에도 종말이 오지 않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종교를 버렸을까. 그렇지 않다. 신도들은 더 공고하게 자신의 믿음을 지켰다. 이렇듯 확증편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인터넷이 내가 검색했던 취향을 알고 있으며 그것에 맞춰 좋아할 만한 광고들과 기사들을 맨앞에 접할 수 있도록 맞춤 정보들을 쏟아내는 세상이다. 인터넷이 쏟아내는 것들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명한 사용자가 돼야 한다.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짜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자기의 의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생각하는 게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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