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시를 쓰고 나누는 문학동인 라음의 여덟 번째 동인 시집 <움푹 파인 발자국마다 우리는>이 발간됐다.
현유상, 김리아, 정현석, 이재정, 오세진, 안은주, 이현석, 이정은, 김정순, 조직형, 김호경, 채수호, 현택훈, 좌안정 등 14명의 동인시 52편을 실었다.
동인의 보금자리가 제주인 만큼, 제주의 서정을 노래한 시들이 많다.
라음은 머리글에서 “다양한 시들을 모으는 힘은 섬이라는 공간”이라며 “제주도에서 시를 쓰는 우리의 고심이 징검다리처럼 이 동인지에 머물러 잠시 쉬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자구리, 서귀포, 아부오름, 표선 바다, 탑동 등 제주의 곳곳이 시에 자리하는가 하면, 제주 굿의 생생한 현장을 시의 전면에 드러낸 작품도 있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란 이도 있고, 제주를 떠났다 돌아온 이도 있고, 제주로 이주해 머물고 있는 이도 있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시를 짓고 나누게 하는 힘은 섬의 서정과 맞닿아 있는 따뜻한 시심(詩心)이다.
<라임동인>은 계이름 중 ‘라’는 경쾌한 소리이면서 파열음이다. ‘음’은 그늘 ‘음(陰)’이다. “어둡고 가난하고 약한 곳에서 밝은 변화를 찾자.”라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
[작품감상]
여기는 서귀포
안은주
햇볕이 지천으로 쏟아지는 길을 따라
몇 날 몇 밤이고 꿈꿀 수 있는
마음결 같은 바람이 서성이는
여기는 서귀포
햇볕의 뜨거움을 식혀주는
막걸리 한잔에
그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있는
여기는 서귀포
요망진 돌담을 따라 걸으면
여름의 체온이 길 위에 꿈을 떨어뜨리고
배 나간 자리가 바닷물로 채워질 때
마음의 깊은 곳에서 울리는 고동소리 따라
하얗게 부풀어 오른 사연이
섬쥐똥나무 아래에서
날빛으로 피어나 그대로 풍경이 되는
여기는 서귀포
한그루 刊 122쪽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