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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1) 용암 치솟다 굳어 탄생한 ‘장수 기원’ 바위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1) 용암 치솟다 굳어 탄생한 ‘장수 기원’ 바위
  • 강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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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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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당산봉 ‘거북바위’, ‘베리돌’

이 글은 2013년 08월 31일 탐방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므로 내용과 사진이 현재 상황과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글쓴이 註]

제주시 한경면 자구내포구
▲ 제주시 한경면 당산봉 정상에서 본 차귀도 ⓒ뉴스라인제주

# 당산봉을 오르다

올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마른장마와 폭염이 길었다. 하지만 8월 중순에 내린 비 덕분에 60일 가까이 지속돼 왔던 가뭄이 해갈돼 한시름 놓게 되었다. 모처럼 비가 와서인지 이제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써늘하다. 써늘한 기운을 안고 한경면 용수리에 위치한 당산봉 거북바위를 찾아간다.

당산봉을 오르기 위해서는 자구내 포구에서부터 시작했다. 필자가 찾아간 날이 마침 ‘2013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수월봉 트레일’ 개막식이 열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코스를 따라 걷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수월봉 트레일은 수성화산체의 원천이 잘 보전돼 세계적으로 살아있는 화산학의 교과서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수월봉 일대를 천천히 걸으면서 살펴볼 수 있도록 수월봉 엉알길 코스, 당산봉 코스, 차귀도 코스 등 3개 코스로 되어있다.

당산봉에 위치한 거북바위를 보는 것이 목적인만큼 당산봉 코스를 따라 걸었다. 당산봉 입구에서 당산봉에 대한 안내문을 보니 높이 148m, 둘레 4,674m, 면적 53만 4,135㎡, 폭 1,259m 규모의 오름이라고 적혀있다.

당산봉은 한경면 용수리와 고산리 사이에 당오름이란 오름이 있었다. 닭의 벼슬을 닮았다 하여 ‘ᄃᆞᆨ고달’이라 하였다. 옛날 당오름의 산기슭에는 뱀을 신으로 모시는 신당이 있었는데 이 신을 사귀(邪鬼)라 했다. 그 후 사귀란 말이 와전되어 ‘차귀’가 되어 당오름은 차귀오름이라고도 불렀다.

당산봉 입구에서 왼쪽으로 올레길임을 나타내는 리본표시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 삼반석三磐石(거북바위)

당산봉을 처음 오르는 사람도 그리 높지 않고 힘들지 않아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천천히 올라가야 제 맛이 난다. 5분 정도 오르다 보면 당산봉의 유래란 안내판이 있고, 군부대 시설과 조선시대 봉수대 터가 나타나며 오른쪽으로 거북바위로 오르는 길이 있다.

이정표
▲ 이정표 ⓒ뉴스라인제주

당산봉은 물과 마그마의 폭발적 반응에 의해 형성된 수성화산체이다. 역시 이곳도 올레12코스로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발길을 돌려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다소 가파른 계단을 조금타고 오르면 오른쪽에 거북바위가 있다. 이곳이 정상이다. 거북바위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내린다. 사마귀도 비를 피하려고 고개를 움찔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잠시 비를 피하고 거북바위를 살펴보기 시작한다. 거북바위는 넓적한 형태로 되어 있다. 예부터 이 바위를 삼반석이라 불렀다. 필자는 처음엔 거북바위가 삼반석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거북바위도 당산봉 정상에 있다고 하고, 삼반석도 정상에 있다고 해서 내심 같은 바위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고산향토지를 뒤져봐도 거북바위란 명칭은 보이지 않고 삼반석이라는 명칭만 보인다. 그래서 고산1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서야 거북바위와 삼반석이 같은 바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삼반석이 있어서 당오름을 닭볏 형체를 이루어 계관산(鷄冠山)이라 하였다. 이 바위는 마을의 기운을 좌우하는 정기를 지녔다.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에 거북바위가 보인다
▲ 계단을 올라가면 오른쪽에 거북바위가 보인다 ⓒ뉴스라인제주

삼반석은 당산봉 정상에 있다고 구전되는 세 개의 磐石이 탑으로 된 큰 돌이라고 한다. 구전에 의하면 옛날에 당산봉에는 큰 돌 세 개가 탑과 같이 층층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돌 사이가 붙어있지 않고 틈이 생겨서 양족으로 실을 잡고 돌 틈으로 넣어서 잡아당기면 돌에 걸리지 않고 빠져나왔다고 하는 기괴한 돌이다.

어떤 사람은 당산봉 꼭대기에 있는 세 개의 큰 돌을 ‘시돌’이라 하여 三磐石이라 부른다고 한다. 또 당산봉 서쪽 능선 위에 뾰족하게 보이는 망동산이 큰 반석으로 세모진(三方) 큰 돌이기 때문에 三方石이라고도 한다. 어느 것이 맞는 말인지 모르나 돌 틈으로 실을 넣어서 잡아당기면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고, 당산봉 위에 세 개의 반석을 ‘시돌’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당산봉 거북바위에는 책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모양의 암석을 볼 수 있다.

이 삼반석에 대한 전설이 내려온다. 요약하면 옛날 윤무순이라는 사람이 흉년에 왕을 만나러 갔다가, 삼반석의 형체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못하여 봉변을 당했다는 전설이 있다.

삼반석이란 제주도에서 ‘싀(세)큰돌’ 혹은 ‘싀돌굽’이라고 하는 바위이다. 삼반석이라 부르던 것이 언제부터인지 거북바위라 불리게 됐는지 그 연유를 찾지 못했다.

삼반석(거북바위)
▲ 삼반석(거북바위) ⓒ뉴스라인제주

거북은 예로부터 장수를 뜻할 만큼 매우 신성시 했다. 따라서 장수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삼반석 바위 모양이 어쩌면 거북모양 같이 생겨 하나둘 거북바위라 부르던 것이 거북바위라 굳어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바위 형태가 거북한마리가 고개를 들고 오름 쪽으로 오르는 형태를 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딱히 거북 형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거북바위라 부르고 있다. 아무튼 거북바위는 보는 이에 따라 거북 형태로도 보이고, 개구리 한 마리가 펄쩍 뛰어 오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가오리 한 마리가 먼 평야를 바라보는 것도 같다. 또 다른 쪽에서 보면 아무 형태도 아닌 그냥 바위덩어리이다.

# 독특한 재질의 ‘거북바위’

거북바위는 독특한 모양의 재질을 가지고 있다. 현무암이 아닌 퇴적암이다. 용암이 바다를 뚫고 치솟을 때 바다에 퇴적된 바위가 하늘 높이 치솟아 용암 위를 뒤덮은 것이다.

그래서 당산봉은 제주도에서 지리학이나 지질학적으로 볼 때 한라산과 용암지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거북바위 앞쪽으로 줄을 쳐놓아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놓았었지만, 지금은 거북바위 앞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 주위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당산봉 정상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들은 가히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다. 탁 트인 시야로 푸른 제주바다와 주변풍경들이 한 눈에 쏙 들어온다.

차귀도가 바다 가운데서 용틀임하고 있고, 신선이 바다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가롭게 누워있는 와도가 보인다.

차귀도 주변 쪽빛바다에는 낚싯배들이 맴돈다.

삼반석(거북바위)
▲ 삼반석(거북바위) ⓒ뉴스라인제주

이곳 주변은 낚시객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고산평야와 마치 보석 같은 바다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마음까지 여유로워짐을 느낀다. 이곳에서 차귀도의 일몰을 바라보는 이들은 감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그만큼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 베리돌(벼루돌)

고산향토지에 보면 당산봉 거북바위에서 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능선에 있다는 ‘베리돌’을 찾아봤으나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다. ‘베리돌’이라고 하는 것은 당산봉 동쪽 능선으로 뻗은 끝에 벼루돌과 같이 생긴 네모진 큰 바윗돌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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