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8 15:41 (일)
[문상금의 시방목지](83) 무궁화
[문상금의 시방목지](83) 무궁화
  • 문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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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8.0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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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활짝 피었습니다, 단심으로 향하는 내 마음의 뜰에’
 

무궁화
 

문상금
 

내가 꿈을 꿀 때마다
꽃을 피우는구나

단심으로
향하는 내 마음의 뜰엔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푸른 꿈을 안고
나아갈 때

꽃들은 피고
또 피어난다

꽃잎만큼이나
내 꿈도 환하게 피어났다
 

-제4시집 「꽃에 미친 女子」에 수록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뉴스라인제주

한여름, 땡볕이 독하다, 지독하다.

멀구슬나무 평상에 숨어들어 땀을 식히노라니, 어디선가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려온다. ‘덥다고 그러는 것일까, 좋다고 지저귀는 것일까, 아니면 땡볕이 지독하다고 투덜대는 것일까.’

새소리 사이로 뾰족 분홍꽃이 고개 내밀었다. 아아, 강렬한 땡볕이 하나도 안 두렵다는 듯, 바로 단심계 우리나라꽃, 무궁화였다.

우리집 안마당에 단심계 무궁화 세 그루 그리고 이중섭 거주지에도 단심계 무궁화 두 그루가 심어져 이중섭화가 표지석 양쪽을 기둥처럼 지키고 있다. 여름 내내 이렇다 할 별 꽃이 없는데, 분홍색으로 화사하게 피고 지는 무궁화는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있어서,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곤 했다.

흰 무궁화 그리고 노란 무궁화인 멸기위기식물 황근을 비롯 수많은 무궁화가 있지만, 나는 일편단심 꽃잎 속은 짙붉고 꽃잎 밖은 연분홍인 단심계 무궁화를 제일 아끼고 사랑한다.

같은 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셨던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한 분이 계셨다. 어느 날은 봉사활동 뒤 끝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무궁화 보급을 수십 년째 하고 계시다는 거였다. 그것도 자비로, 감귤나무 농장 한 쪽에 수백그루 키우시다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달려가 보급해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집에 심어도 될까요?’ 하였더니, 세 그루 준비하고 갖다 주신다는 것이었다. ‘저희 집은 올렛길이 길어서 찾을 수 있을까요?’ 하였더니, ‘잘 알고 말구, 할아버지, 시아버지 전부 잘 알아서, 집에 수저 몇 개 있는 것까지 다 잘 알고 있지, 암!’ 하셨다.

이튿날 새벽 잠결에 무슨 툭하고 무거운 소리가 나서 내다보았더니, 그 분께서 무궁화 세 그루를 흙으로 단단히 여미고 또 비닐봉지에는 비료까지 넣어서 대문 앞에 놓고 가신 것이었다. 정말 지극정성에 깜짝 놀랐다.

앞마당 구석진 곳에 심었더니, 뿌리 잘 뻗고 잎 무성해져서 매년 여름이면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곤 하였다. 그 꽃을 바라보며 나는 ‘무궁화’라는 시를 썼다.

일 년 후쯤 이중섭 거주지에 살고 계신 김순복 할머니 딸 경생이 언니와 얘기를 하다가 그 무궁화 꽃 얘기를 나누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이곳 거주지에도 단심계 무궁화를 심으면 잘 어울리고 여러 의미가 있겠다’ 하여, 당장 연락하였더니, 며칠 후에 손수 갖고 이중섭 거주지에 내려오신 것이었다. 정말 그 정성과 열정이 있어서, ‘나라사랑’ ‘무궁화 보급 운동’을 하실 수 있는 거구나, 말 그대로 감동이었다.

여름철 별 다양한 꽃이 없을 때 피어나는 무궁화를 집에서 또 이중섭 거주지에서 볼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끊임없이 피고 지고 또 잎과 가지가 무성하게 잘 자라는 그 강인한 생명력, 인내, 근면함 그런 것들을 꽃을 통하여 배우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 정성을 들여야지, 그래, 열심히 시의 꽃을 피워야지, 그래, 일어서야지’

땡볕 아래 오늘도 무궁화 꽃잎들은 활짝 피어나고 나도 시를 열심히 써내려간다. 꽃잎만큼이나 꿈도 마음도 더 짙어져 환해지는 것이었다. [글 문상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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