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어로魚路
앙상한 가시로 서서
줄줄이 봄을 기다리는 메타세쿼이魚
가시지요 싱그러운 봄길로
새 살 푸르게 차오르는
어로를 따라
-김현호
<김현호 시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한국프로사진협회 초대작가
보성의 풍광 개인전 2022
참빛사진 영상 대표
한울문학 시부문 등단 2007년
전남문인협회 이사
한국예총 보성지회 이사
시집 : 차꽃 피면 만나리
가을과 겨울은 침잠의 계절입니다. 깊이 사색하거나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요. 그에 비해 봄이나 여름은 희망과 역동의
계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 끝자락 봄 초입에 바라보는 사물은 늘 보아오던 것들도 의미가 사뭇 다르게 다가옵니다.
날카로운 호미 끝을 거부하던 땅을 뚫고 올라오는 각양각색의 싹, 죽은 것 같이 마른 가지에서 툭툭 돋아나는 움,
곳곳에서 출몰하는 봄이 반갑기만 합니다.
오늘 디카시는 어로(魚路)입니다.
강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데 제목이 어로라니요
이파리를 떨구고 빈 가지로 서있는 메타스퀘이어 나무를 살을 다 발라내 가시만 남은 물고기로 환치해 언술하고 있습니다.
포착된 시를 보십시오 정말 가시만 남은 물고기가 일몰 앞에 서 있습니다.
시인은 가시만 남은 물고기 모습에서 나와 내 가족 이웃의 모습을 봅니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과 올 수 없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지친 우리를 읽어냅니다.
앙상한 가시로 서서
줄줄이 봄을 기다리는 메타스퀘이魚
가시지요 싱그러운 봄길로
새날 푸르게 차 오르는
어로를 따라
메타스퀘이어는 '살아있는 화석나무' 라 불립니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존재했던 이 나무는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지구에서 멸종된 줄
알았으나 1944년 중국 양쯔강 유역에 노목으로 발견되었지요 그래서 혹자는
'되살아난 나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잃어버린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이 되살아나 기를 바라며
도종환 시인의 시 '겨울나무'의 한 부분을 읽어 드리겠습니다.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 내지 않았는가' ~략
산을 지키고 숲을 만드는 나무들
살림을 지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싱그러운 새 봄
의 주인공입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