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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목요일](68) 필사/筆寫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68) 필사/筆寫 
  • 구수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3.1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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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자 시인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필사/筆寫

옹알옹알
젖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시어

엄마 아빠 맘마 
엄마가 받아 적는 푸른 시


-김순자

김순자 시인
▲ 김순자 시인 ⓒ뉴스라인제주

<김순자 시인>

중국 천진시 거주
중국 청음디카시 동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필사(筆寫)는 베끼는 것을 말합니다.
인쇄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책을 베끼거나 베낀 책을 구해다 읽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때 책을 소장할 수 있는 것은 특권계층만 가능한
일이었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었던 시대였으니 왜 책을 읽는가의 목적을 떠나 그것은 신분이나 부의 상징이었지요.
요즘은 책이 없어 못 읽는 사람은 없게 되었고 심지어 책이 약간 천덕꾸러기가 된 듯 하기까지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도 필사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인쇄술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 이나 불경을
필사하는 분들은 '필사'가 수행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또 시나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필사를 많이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 300 여권의 시집을 필사했습니다.
시인 윤동주도 백석의 시편을 필사하며 공부
했다지요.
그림에서도 '트레이스'라는 말이 있는데 베껴 그리는 것입니다.
고흐는 밀레의 그림을 21점이나 베껴 그렸지요. 그는 동생 태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
"우연찮게 모작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배웠고 모작을 통해 붓 사용이 더 자유로워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디카시를 쓴 시인은 산책 중 연못 위로 올라온 연꽃 몽우리를 보며 아기가 옹알거리는 모습을 연상합니다.

옹알 옹알
젖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시어
엄마 아빠 맘마
엄마가 받아 적는 푸른 시

포착된 시와 언술을 감상하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기는 처음 태어났을 때 먹고 자고 또 울고 배설하고 이렇게만 지나다 어느 날 옹알이를 하며 눈 맞추기를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아기는 엄마, 아빠를 받아 적고 또
엄마 아빠는 아기를 받아 적습니다. 
그래서 이 시기 아기의 부모들은 부드러운 목소리 좋은 음악, 웃는 얼굴로 아기를 대합니다. 

마찬가지로 시든 소설이든 무엇이든
필사 대상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제 경우도 시를 필사하다 손목이 아프고 눈이 침침해져도 끝까지 공부 하게하고 제 시를 쓰게 하는 영감을 주는 시편이 분명 따로 있더란
말이지요.
우리들 삶에도 반드시 좋은 영향을 주며 그 삶을 따라하게 하는 스승은 따로 있더란 말이지요.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요
누구나 처음은 필사로 시작합니다.

[글 구수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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