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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신의 벌랑포구](51) 산방山房철물
[김항신의 벌랑포구](51) 산방山房철물
  • 김항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3.07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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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칠 시인
정군칠 시인
▲ 정군칠 시인 ⓒ뉴스라인제주

산방山房철물
 

정군칠
 

산이 하늘에 썬팅되어 출렁거린다
산山이라는 글자의 멋 부림에 이끌려 철물점 안으로 들어선다
산방철물점은 산의 비밀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톱날의 톱니마다 물려 있는 고욤나무, 졸참나무, 마른꽝나무
수평호수에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정과 헤머의 육중함 속에 펄펄 끓는 쇳물처럼 꿈틀 거리던
석수장이의 우직한 팔뚝

마음에 거대한 산을 가진적 있다. 세상의 중심에 커다란 못 하나 박고 싶어 내 안에 별실方을 만들지 않고 산처럼 의연히 버팅긴 적이 있다. 넘어야 할 굽이가 두엇만 되어도 잔머리 굴러가는 바퀴소리가 들리는 세상, 내가 서 있는 뒤쪽 벽에는 누군가 목에 핏발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개줄이 걸려있다. 질질 끌려가는 내 모습이 느린 동작으로 유리문에 비친다. 산에서는 나무들이 자라고, 나는 금가기시작한 육신의 틈 이을 가시못 몇 개를 사들고 문을 힘껏 민다. 가시못을 움켜쥔 손에 붉은 땀이 배고 내 안의 야트막한 산이 출렁거린다.
 

《빈방》고요아침 2013
 

김항신 시인
▲ 김항신 시인 ⓒ뉴스라인제주

"산방철물점은 산의 비밀을 고스란히 껴안고 있다".
톱니마다 물려 있는 고욤나무, 졸참나무, 마른꽝나무, 계곡의 물소리가 수평호수에서 들린다. 석수장이의 우직한 팔뚝까지 껴안고 있는 산방철물점 안으로
시인은 거대한 산山이라는 글자의 멋스러움에 끌려 들어선다.
아닌 줄 알면서 혹여 금이 가는 육신을 고칠 수 있을까 조그마한 소망을 맘에 담은
채 야릇한 감정 설레며 긴장의 끈을 붙들어 본다.
시인은 거대한 산을 가진 적도 있었다.
"내 안에 별실方을 만들지 않고 산처럼 의연히 버팅긴" 적도 있었다.
"내가 서 있는 뒤쪽 벽에 누군가 목에 핏발을 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개줄이 걸려"있기도 했었다.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느린 동작으로 유리문에 비치"는 환영(幻影)을 본다.
먼 길을 돌아 '빈방 ' 유고 시집에 안착한 고ㆍ정군칠 시인의 (수목한계선ㆍ 2003 )시집에 수록된 시,
정군칠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 수평선은 하나의 한계선이다.
수평선을 넘으면 또 다른 한계선이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나는 수평선까지 갔다가 항상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엎드린다는 것은 결코 굴신이 아니라
내공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것이다.
나는 수평선 안에서 몸을 웅크린 채 살아왔고
또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의 시 또한 저 수평선 안에 갇혀 있길 바란다.

이미 내 이마에는 몇 개의 수평선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2003.8.- 모슬포에서

붉은 땀이 배며 잠재해 있던 야트막한 산이 출렁이는 애달픈 변주곡이다. [글 김항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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