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마중물
꺽꺽꺽 울고 있다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붉은 눈물 쏟아내며
헐떡이는 고난을 멈추지 않는다
맑은 영혼의 시어가 나올 때까지
-정애숙
<정애숙 시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오늘 소개할 디카시는 '마중물'입니다. 마중물이라는 순우리말의 뜻은 다 아시다시피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붓는 물입니다. 마중이라는
말이 '먼저 나서서 맞이하다'라는 뜻이 있으니 마중물은 '맞이하는 물'입니다.
펌프는 8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네
시골에서 흔히 사용하던 급수 장치였습니다.
수돗물에 밀려 이제 보기가 어려워졌지만
중장년들은 대부분 직접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시인은 시작노트에서 여행 중 우연히 펌프를 만나 시원하게 물을 쏟아내던 옛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맑은 물처럼 맑은 시어가 쏟아지기를 열망하는 마음으로 이 디카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모든 시인들의 열망이지요 그것은
펌프에 마중물이 필요하듯 시인에게 필요한 마중물은 무엇일까요
각각 다르겠지만 제게 마중물이 되어준 것은
'책과 간절함'입니다.
독서가 제 상상력의 근육을 키워 주었다면
간절함은 저를 일으켜 세운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이재무 시인의 '간절'입니다.
-삶에서 '간절'이 빠져나간 뒤
사내는 갑자기 늙기 시작하였다
활어가 품은 알같이 우글거리던
그 많던 '간절' 누가 다 먹어치웠나
'간절'이 빠져나간 뒤
몸 쉬 달아오르지 않는다
달아오르지 않으므로 절실하지 않고
절실하지 않으므로 지성을 다할 수 없다
여생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일
사내는 '간절'을 찾아 나선다
공같이 튀는 탄력을 다시 살아야 한다-
간절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안에 맑고 시원한 생명수를 이끌어 내는 마중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거기에 간절함을 담아보십시오.
"깊은곳에 가라 앉아있는 붉은 눈물 쏟아내며
헐떡이는 고난을 멈추지 않으면" 오늘 시인의
말처럼 맑은 시어가 쏟아질 것입니다 자신만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마중물이 있는지요?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