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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신의 벌랑포구](48)발효된 사랑
[김항신의 벌랑포구](48)발효된 사랑
  • 김항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2.15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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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열 시인
김수열 시인
▲ 김수열 시인 ⓒ뉴스라인제주

발효된 사랑

김수열​

스물에 시집 왔주
하르방은 나보다 아홉이나 위
밤인지 낮인지도 몰르고 일만했주 일만
경허멍 다섯을 키와시녜
이제 사는가 허는디 오꼿 하르방이 먼저 가불더라고

나이 먹으난 더 생각 나
낭에 꽃이 피어도 감낭에 감이 열려도 생각 나
아들이여 딸이여 해도 늙어 보난 하르방이 최고
같이 산 세월이 얼마 안되난
내가 얼른 가사주
하르방이 올 수 어시난, 내가 가사주

우리 하르방
얼굴 곱닥허니까 누게 업엉 가불지도 몰라
내가 얼른 가사주
근데 난 쭈구리 할망 되어부난
하르방 날 알아봄이나 헐 건가

고만시라, 얼레빗 어디 시니?

《호모 마스크스》아시아 2020

김항신 시인
▲ 김항신 시인 ⓒ뉴스라인제주

사랑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사연이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납니다.
풋사과처럼 풋풋했을 때는 시고 떫을 때도 더러는 있지만 아웅다웅 지지 볶다 보면
문 드러 터지고 서광이 비치고 적당히 곰삭으며 익어가는 우리 내 인생사 , 마르고 닳도록 살아온 길이기도 합니다.
스물에 시집와 아기 낳고 키우며
지지 볶던 나에게 더 없는 잘생긴 사람인
것입니다.
나이가 드니 엽지기는 더 생각이 나서 감꽃이 보여도 홍시 감이 보여도 생각이 나서
아들이여 딸이여 해도 하르방이 최고인 것입니다.
아무리 길게 산 것 같아도 당신 없는 시절은 너무나 짧아, 올 수 없는 당신보다 내가 얼른 가야 할 것 같아서
쭈구리 할망구 된 나를 알아보기나 할까 걱정이 앞섭니다.
법정 스님의 '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삶은 소유물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영원한 것이 어디 있는가
모두가 한 때일 뿐
그러나 그 한 때는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삶은 놀라운 신비와 아름다움이다.
김수열 시인의 시 한 편 에 녹아든
'발효된 사랑', 이나 어느 작품에서도 독자들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뽑아낸 구수한 시향들에 사랑밭 꽃은 영원할 것입니다.
죽금살금 살아봐도 하르방은 내 짝인 것처럼
당신이 최고인 것입니다.

[글 김항신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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