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길
가슴을 후비고
달아난 바람길 인가
줄지어 산사로 간
수도자의 길인가
길 끝에 바람과 수도자가 있을까?
-백민호
<백민호 시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한국사진문학협회 회원
오늘 디카시의 주인공은 '길'입니다.
길은 사람이나 동물 자동차 등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의미 외에도 직업이나
일을 처리하는 방법 정신적인 수양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여정 등이 이
'길'이라는 단어로 묶을 수가 있습니다.
많은 시인들은 길을 시로 표현했고
화가들도 길을 그렸으며 음악가들은 길을 연주했습니다.
우리는 길하면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립니다.
노란 숲속에 길이 두 갈래 있고 두 길 중
한곳을 선택했는데 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연민과 후회를 가지고 산다는 내용이지요
아주 오래된 시 한 편이 아직도 공감을 주고 있는 까닭은 이 시가 갖는 보편성 때문일 거라는 생각합니다.
오늘 디카시에서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입니다.
인간의 역사가 끊임없이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움직였던 이동의 역사라면 그것은 곧 길의 역사고 걷기의 역사입니다.
장 자크 루소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길을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
이처럼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걷기를 통해
자신을 만납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이름을 단 길을 보십시오. 둘레길 올레길 해파랑길 서해랑 길 등등 무수히 많은 길들이 손짓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전에 산티아고 길을 걸으리라 다짐하고 적금도 들고 하루 만보 걷기도 실천했었지요 하지만 제 개인사와 하필 맞이한 코로나 시국이
발목을 잡았지요
그래도 가까운 시간 내 산티아고 걷기는 꼭 하고 싶습니다.
지난 월요일 제 딸아이가 제주에 도보여행을 갔습니다. 아침에 통화를 했는데
오늘은 독립서점을 찾아 걸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세상의 많은 길을 다 걸을 수는 없지만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연결된 길은 걸어봐야지요 그곳을
통해 만나고 싶은 풍경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야지요
오늘 시인이 펼쳐준 디카시 한 편
저 길 위에 서고 싶습니다.
이 글을 마치면 집을 나서려고요
커피 한 병 들고 걸으며 서서히 달아나는
겨울과 다가오는 봄을 느껴봐야겠습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