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봄을 보다
그냥 눈이 아니야
저 안에 분명 봄이 꿈틀거리고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송곳 찌르듯 시려오는
혹독한 아픔을 견뎌내면서 말이야
- 심송화
<심송화 시인>
중국 시안거주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청음디카시 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설날 새벽 제가 사는 동네에 눈이 내렸습니다. 온통 눈으로 덮힌 풍경 앞에서 탄성을 질렀지요. 몇 십 년 몇 백 년 만에 오는 혜성도 아닌데
눈은 만날 때마다 앞뒤 안 가리고 탄성을 짓게 합니다.
눈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입춘을 앞둔 눈은 첫눈만큼이나 반갑습니다.
곧 봄이 고개를 내밀 거라는 기대 때문이겠지요. 눈이 녹으며
꽁꽁 얼어붙은 땅 아래 아직 잠들어 있는 봄을 깨울 것이 분명하니까요.
봄은 시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동안 많은 시인들이 봄을 내세워 봄을 노래했지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봄
이성복 시인의 '1959'에서 노래한 봄
이성부 시인의 '봄'에서의 봄
모두 봄을 노래하지만 같은 봄은 아니었지요.
그렇지만 시인들이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이 '희망'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래서 봄은 희망입니다.
오늘 디카시를 쓴 심송화시인은 어떤 봄을 노래했을까요
시인은 중국 시안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시안은 지난해 말 코로나19가 재확산되자 도시를 봉쇄했지요
1300만 시민들은 사실상 자유를 박탈당한 가운데 가족 중 한 사람만 이틀에 한 번씩 생필품 구입을 위해서 외출 할 수 있었고, 대중교통
이용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통제되었다고 합니다.
지난달 24일 33일 만에 봉쇄가 해제된 시민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시인은 그때의 심경을 저 눈 덮인 풍경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냥 눈이 아니야
저 안에 분명 봄이 꿈틀거리고 있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송곳 찌르듯 시려오는
혹독한 아픔을 견뎌내면서 말이야
시작노트를 통해 시인은 답답하고 힘든 시련을 참고 견뎌내니 자유가, 봄이 찾아왔다고 적었습니다. 물론
그 봄은 순서대로 온 계절이 아니라 공동체가 만들어 낸 '소중한 봄'이라는 것을
압니다.
내일은 입춘입니다.
아직은 영하권의 날씨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곧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오겠지요
코로나19가 아직은 발목을 잡고 있지만
우리는 곧 봄을 만날 겁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