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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7) 선녀 목욕장면 훔쳐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7) 선녀 목욕장면 훔쳐보니 가슴이 ‘두근두근’
  • 강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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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2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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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라동 ‘방선문 계곡’ 기암괴석
↑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뜻을 가진 방선문.
▲ ↑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뜻을 가진 방선문. ⓒ뉴스라인제주

# 신선이 방문하는 문

방선문은 용담동으로 흐르는 한천 상류에 있고 하천 가운데 거대한 기암이 마치 문처럼 서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방선문은 등영구, 들렁귀, 환선문 등 여러 별칭으로 부르는데, 특히 들렁귀는 제주 고유의 말로 ‘들렁’은 ‘속이 비어 툭 트임’이라는 뜻이며 ‘귀’는 ‘입구’를 뜻한다. 앞뒤가 트여 있고 위에는 지붕이 덮여 있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큰 대문을 열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앞뒤가 트여 있는 빈 공간은 사람이 지나갈 수 있다.

이 방선문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 어느 해 중복 날 여러 선비들이 방선문에 가서 반석(먹돌판) 위에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그 중 한 선비가 중복 날이면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간다고 하니,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 하

여 바둑시합이 끝나고도 혼자 남아 바위틈에 숨어 있었다. 저녁이 되니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서는 옷을 벗어 놓고 목욕하기 시작했다. 숨어 기다리던 선비는 선녀들의 몸매를 구경하려고 바위틈에서 머리를 내밀었는데 한 선녀가 보고 말았다. 그 선녀의 깜짝 놀라는 소리에 같이 목욕하던 선녀들도 황급히 옷을 입고 옥황으로 올라가 버렸다.

옥황상제는 목욕하러 인간 세상으로 갔던 선녀들이 급히 올라와 버린 것이 이상하여 선녀들에게 물어본 즉 한 인간이 숨어서 보려하기 때문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듣고 오방신장들을 시켜 그 선비를 잡아 오게 하였다. 그리고 그를 살려주는 대신 백사슴을 만들어 백록담을 지키도록 명하였다. 그래서 선비는 백사슴이 되어 백록담에 살게 되었다고 한다.

↑ 전설 속의 선비마냥 선녀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
▲ ↑ 전설 속의 선비마냥 선녀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 ⓒ뉴스라인제주

# 마애명의 집합체

방선문 계곡은 제주를 찾은 목사, 판관 등 선인들이 남긴 시구가 새겨져 있는 마애명(磨崖銘)이 새겨진 암벽과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애명이 새겨진 시기는 1609년부터 1750년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 글귀가 선명하게 남아 후대에 큰 문화유산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위 위에다 이름을 새기는 행위는 어쩌면 우리가 암각화라는 부르는 그림을 그렸던 선사인의 행위와 같다고 여겨진다. 예부터 돌 위에다 글자를 써놓아 새기는 마애각(磨崖刻)은 동양의 한 예술양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나무나 종이와는 달리 돌에다 기록을 남겨 오랫동안 남기고 싶은 것은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방선문에는 현재 230개가 넘는 제명(題名)과 10수의 제영(題詠)이 있다고 한다. 현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이 정도이니 글씨가 희미하거나 마멸된 것을 포함하면 이보다 많은 수가 있으리라는 짐작이 간다. 마애명은 중국의 원조이다. 동한(東漢) 명제(明帝) 때부터 벼랑의 암석에 글자를 새겨 국가의 위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삼아왔다.

제주에는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캐러 왔던 사신인 서불(徐巿)이 서귀포 정방폭포 암벽에 ‘徐巿過此’라는 국내 최초의 마애명이 있다고 하지만 현물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 곳곳에는 120여기의 마애명이 있다고 한다. 그 마애명은 제주가 유배지가 됐던 조선시대 이래 대학자 또는 제주목사 등이 남긴 명문, 명필들이다.

제주의 마애명은 용연이나 산방산, 탐라계곡, 오현단 등에도 있지만, 방선문 계곡 일대가 가장 많이 집중되어있어 그 만큼 방선문 마애명은 문화자원으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방선문은 지금은 봄이 되도 그 만발했다던 철쭉꽃은 많이 없어졌지만 옛날에는 방선문 계곡 일대에 철쭉꽃과 진달래꽃이 만발하여 절경을 이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옛날 목사나 선비, 시인, 묵객들이 봄이 오면 이곳에 찾아와 풍류를 즐기면서 방문 기념으로 시나 이름을 새겨 놨다. 이렇듯 당대 문필가들은 자연을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자연에 순응하듯 자연의 품격을 소박하게 노래했고, 겸허한 자세로 글을 써서 마애명으로 남겼다.

↑ 전설 속의 선비마냥 선녀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지고 있는 것 같다.

↑ 도널드바위
▲ ↑ 도널드바위 ⓒ뉴스라인제주

# ‘도널드바위’, ‘코끼리바위’ 등 기암괴석 즐비

방선문 계곡은 진달래꽃이 아름다워 진달래가 많이 피는 5월에 맞춰 방선문계곡 음악회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라 올레길 애기소도 배비장전의 무대라는 설과 이 곳방선문 일대도 한국 고전문학 중 해학소설의 백미이자 판소리 열두마당의 하나인 배비장전의 무대가 되는 곳이라는 설이 있다.

계곡 곳곳을 살펴본다. 바위 곳곳에는 고드름이 얼어 시선을 끈다. 이 고드름은 방선문 계곡 돌 틈에서 흘러내린 것으로 마치 동굴 속의 중류석을 연상케 한다.

남쪽으로 갈수록 커다란 암석을 만난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거대한 바위들이 턱하니 버티고 서 있어 더는 갈 수가 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연못 옆에 사람 얼굴 형상의 바위를 볼 수 있다.

일명 큰바위 얼굴이다. 여성의 시선을 모두 받고 있는 듯 매끈하고 미남형의 얼굴 형태이다. 입가엔 살며시 웃음을 머금고 있다. 마치 전설 속의 선비마냥 선녀들의 목욕장면을 훔쳐보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즐거운 상상에 빠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방선문 계곡은 수많은 너덜바위 지대와 협곡, 주상절리 모양의 기암괴석이 즐비한 곳이다.

방선문 계곡 곳곳을 거닐면서 바위를 살펴보면 여러 가지 형태의 기암괴석을 만날 수 있다. 도널드 닮은 바위, 돌고래 닮은 바위, 물고기 닮은 바위, 사자 모양의 바위 등 각양의 기암괴석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 방선문 계곡을 탐방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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