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너
하늘의 해가 마지막 한올 빛살까지
다 걷어 가 버리면
그제야 나타나 길 비춰주는
괴죄죄하지만 늘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아
-김춘산
<김춘산 시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1984년 길림성 연변대학교 졸업
1983년 시 <햇빛>으로 <연변문학>에 등단
중국 흑룍강성 방송국 국제부 문화담당 PD
디카시는 영상기호인 사진과 문자기호인 언술이 1 대 1로 결합한 것입니다.
여기서 사진은 반드시 본인이 촬영한 것이고 언술은 다섯 줄 이내로 된 것이 완성된 디카시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디카시는 '너'입니다.
어두컴컴한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과 어딘가 지쳐 보이는 뒷모습 실루엣이 찍힌 사진과
하늘의 해가 마지막 한 올 빛살까지
다 걷어 가 버리면
그제야 나타나 길 비춰주는
괴죄죄하지만 늘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아
이 시를 찍고 쓴 김춘삼 시인은 중국 하얼빈에 살고 있습니다. 하얼빈은 '얼음축제'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에게는 1909년 10 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장소로 더 잘 알고 있는 곳이지요. 하얼빈의 겨울은 오후 4시면 어둠이 내린다고
합니다. 시인은 어두운 밤길을 비춰주는 가로등을 보며
살면서 가로등이 되어주었던 모든 '너'를 생각합니다
괴죄죄한 나를 늘 지켜주는 '너'는
내가 성공하고 화려했을 때보다는 외롭고
지쳐있을 때 용기를 준 '너'입니다.
2021년도 이제 이틀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이 힘든 한 해였습니다.
오늘 디카시를 읽으며 저 또한
올 한 해 내게 가로등이 되어준 '너'를 생각합니다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나 사람이 아닌 다른 무엇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나를 제외한 수많은 너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어느 것 하나 나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 없지요
이름 모르는 풀 한 포기나 작은 모래알까지 내 삶을 도와주고 있는 것들입니다.
내게 밥이 되어주고 음악이 되어준 '너'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상 곳곳에서 수고하고 있는 모든 '너'에게 사랑의 빚을 또 졌습니다.
올 한 해도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이 추운 날 따뜻하게 잘 지냅니다
덕분에 다시 힘을 내 일어났습니다
덕분에 잘 살았습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