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7)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양순진의 포토에세이](27)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양순진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2.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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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진 시인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가끔 여유로운 여행자들의 시선이 부럽다. 천천히 풍경을 바라보며 마음에 담는다는 자체가 곧 희열일 테니까. 시간에 쫓기며 바라보는 풍경의 묘미보다 몇 백 배 더 절묘할 테니까.
그러나 우연도 그만큼 파장이 인다.  봉성리 어도초등학교에서 무릉초등학교로 가는 중산간로에서 패러글라이더가 하늘을 나는 높은 오름과 우연히 맞딱뜨렸다. 금산이었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그저 패러글라이딩 보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워지고 통쾌해진다. 더 신나게 달려 목적지로 향하는데 큰 연못이 눈에 띄어 얼른 차를 세웠다.
여행자보다 더 호기심 많은 성격이기에 촉박한 시간인데도 참새가 방앗간 지나치지 못한다. 이 못은 뱅듸못인데 넓은 못이라는 뜻이다. 제주에서 애월읍 하가리 '연화못' 다음으로 큰 못이라 한다. 한라산에 살던 멧돼지들이 내려와 놀던 자리를 물통으로 만들었는데 물이 소중했던 옛날에는 이웃 마을 저지와 봉성에서도 와서 떠갔다고 한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12월이라 연못인데도 식물의 흔적조차 없다. 7, 8월엔 수생식물들이 꽃을 피우는데 통발, 수련, 어리연, 좀어리연, 흑삼룡, 삼백초 등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아쉽다. 그래도 맞은 편에 높다란 금산이 턱 버티고 있어 운치스럽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패러글라이딩으로도 유명하지만 TV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아이유와 함께 노을을 감상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더 유명해진 오름. 표고 427.5m, 비고 178m로 분화구 52m로 분화구 안에는 금악담이라는 산정호수가 있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비양도, 수월봉, 산방산, 한라산, 제주 서쪽 마을 풍경이 한눈에 보인다는데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노을녘이 아름답다는 금산, 근 시일 내에 꼭 가보리라.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12월의 연못은 쓸쓸하지만 그래도 카메라에 담으려고 렌즈를 응시하였다. 순간, 놀랐다. 잔잔한 호수에 금산이 그대로 내려왔다. 하늘도 구름도 빈 연못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대로 금산과 뱅듸못은 마을을 품은 입술이 되어 있었다. 예기치 않는 장면의 포착으로 나 또한 디카시 한 편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대로 지나쳤다면 보지 못했을 돌담꽃이 눈에 띄어 다가갔다.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가르치는 직업 탓에 알록달록한 꽃잎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뱅듸못 옆에 바로 금산을 향하는 길에 돌담밭이 있었는데 그 돌담에 빨강, 노랑, 주황색 꽃잎들이 달려 있어서 마음이 환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작년 이맘 때 금악을 위해 이루어놓은 예술가들의 걸작품이었다. 꽃잎에 '금악 꽃담 활짝'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언제나 묵묵히 농부들의 농산물을 지켜주는 돌담에게 꽃을 달아주는 일은 기막힌 아이디어다. 난생 처음으로 돌담들이 행복해 보였다. 그곳을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 관광객 또한 덩달아 꽃이 되었을 것 같다. 잠시잠깐 지나치는 행인인 나도 이리 설레는데 말이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돌담만이 아니다. 금악 마을을 지나치는데 길가에도 다양한 꽃들이 심어져 있었다. 당아욱, 참식나무, 댑싸리, 촛불맨드라미, 블루세이지 등 일일이 조사하면서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래된 집집마다 벽에는 빨간 담쟁이들이 물들여지고 어떤 지붕에는 하늘레기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다. 제주의 옛 풍취에 눈을 뗄 수가 없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언뜻 동물 병원도 보이고 마악 금악을 빠져나가려는데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는 장소를 발견했다. 급하게 찍어보니 <똣똣라면>이다. 한창 방송에서 떠들썩하던 백종원 골목 식당의 광경이었다. 라면 맛도 좋고 몸밥도 파는데 일단 성공적인 것 같다. 한적한 금악 마을에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광경, 중산간 마을의 발전 가능성이 보인다. 나도 언젠가는 줄 서기에 성공하여 얼큰한 라면을 맛보게 될까?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그 외에도 금악에는 숨겨진 보물이 많다. 크고 작은 오름이 아홉 개, 4.3 당시 오름에 피신한 사람들의 생명수였던 '생이못' 등등 하나하나 파헤쳐 봐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2022년에는 금악에 친환경에너지 타운이 조성된다니 또 한 번 관심이 집중될 듯하다.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길을 나서면 맞닥뜨리는 제주의 풍경은 매번 충격적이며 환희를 선사한다.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에 줄곧 살아나가면서도 처음 보는 풍경이 그렇게 많다. 매번 매료되어 감탄하는 지금, 더없이 제주가 좋다. 모두 타인들이 먼저 발견하고 먼저 스쳐 지나갔지만 나의 눈은 다시 새로운 것을 보게 된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익숙하지만 자꾸 변해가는 변화의 수레바퀴 위에서 나 또한 패러글라이딩 하는 마음으로, 아니 한 마리 독수리처럼 더 먼 곳을 볼 것이다. 그리고 숨겨진 제주의 풍광을 앞으로도 꾸준하게 찾아나설 것이다. 금악은 그렇게 중산간 마을에 숨어 있으면서도 창대한 꿈을 실현하는 마을이었다.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 금산이 보이는 금악 벵듸못과 꽃담 ⓒ뉴스라인제주
양순진 시인
▲ 양순진 시인 ⓒ뉴스라인제주

양순진 시인은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여 시집 <자작나무 카페>, <노란 환상통>이 있고 동시집 <향나무 아파트>, <학교가 좋아졌어요>가 있으며 제주어 동시집<해녀랑 바다랑>, 설화동화집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 더 신비한 제주설화>가 있습니다. 독서논술강사 및 한국어강사로 학교와 도서관 및 센터에서 독서논술 및 시, 동시, 자서전 쓰기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양순진독서논술>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작가회의, 제주아동문학협회, 한라산문학, 대정현문학, 제주어보전회,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 설화문화연구소 등 활발한 문학 활동 중이며 제주도서관 새암독서회 회장으로 독서활동에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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