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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목요일](54) 포옹의 거리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54) 포옹의 거리
  • 구수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2.0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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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강 시인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포옹의 거리

얼마나 값진 순간인가 
대지와의 키스
주저하는 연인 앞에 
바람이 가져다 준 엽서


-최희강
 

최희강 시인
▲ 최희강 시인 ⓒ뉴스라인제주

<최희강 시인>

2006년 시사사 이승훈 시인 추천등단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시사사 동인
시집<키스의 잔액>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에포케(epokhe)와 크세쥬(Que sais-je)라는 말이 있습니다. 
에포케는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판단 중지'를 뜻합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므로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흔히 논쟁을 하거나
소통을 할 때는 에포케 하라고 합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편견이 전부인양하는 판가름은 위험하지요. 누구나 살면서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으니까요.

크세쥬는 '내가 무엇을 아는가'라는 뜻입니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가?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는 평생 이 말을 자신의 화두로 삼았다 합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겸손하라고 스스로 채근하는 말이었겠지요. 

공자는 제자 유由에게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진실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라고
말했습니다.

봄이 희망을 불러오는 계절이 라면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은 사색의 계절 이기도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사물이나 자연에 내
모습을 투영합니다.
겨울비 내리는 거리에서 만나는 낙엽에서도 된서리를 맞아 형편없이 무너진 가을국화에서도 나를 만납니다. 깊은 밤 혼자 서있는 가로등이나 뒤축이
다 닳아버린 구두에도 내가 있습니다. 그렇게 만나는 나는
많이 위축되어 있고 위로가 필요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일까요 

오늘 디카시를 쓴 최희강 시인은 
이파리를 다 떨군 거리 쓸쓸하기가 그지없는 그 길에서 충만과 감사를 노래합니다. 
낙엽을 이별로 보지 않고 대지와의 키스로 노래한 시인의 밝은 에너지가 그대로 전해지는듯 합니다.

얼마나 값진 순간인가 
대지와의 키스 
주저하는 연인 앞에 
바람이 가져다준 엽서 

시인의 마음이 충만하다는 뜻이겠지요. 자연도 사물도 내 마음의 상태에 따라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니까요. 
저 길앞에 지금 서 있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렵니까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습니다. 마음을 굶기고(心齋) 온전히 자연의 소리에 맡기고 싶습니다.

[글 구수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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