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김항신의 벌랑포구](40) 라면의 힘
[김항신의 벌랑포구](40) 라면의 힘
  • 김항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2.0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정국 시인

라면의 힘


고정국


그때 눈송이는 찐빵처럼 따뜻했지
창백한 불빛들이 창백해서 더 고왔고
나지막 처마 밑에선 굴뚝새가 울었지

파르르 하루 한 끼니 배고팠던 겨울 국화
누렇게 라면 반쪽 자취생 그 골목에서
'손창섭< 잉여인간>'이 함께 살고  있었지

꼬이는 듯 풀리는 듯 라면 냄비 같은 인생
살짝 곰보 곱슬머리 펜팔 소녀 사전에처럼
동그란 동국 송이가 냄비 속에 웃을 때

허기의 힘 고난의 힘, 반역의 힘, 라면의 힘!
잘 가라 끓는 피여, 눈물 젖은 길들이여
하얗게 십구공탄은 불면중에 타는데...  (2008)


《 그리운 나주평야》책 만드는집.2019
 

고정국 시인.
▲ 고정국 시인. ⓒ뉴스라인제주

<고정국 시인>

1947년 서귀포 위미 출생.
1988년<조선일보 > 신춘문예 당선.
저서: 시집《진눈깨비》《겨울 반딧불》《서울은 가짜다》,
제주어 서사시조집《지만울단 장쿨레기》시조로 노래하는 스토리텔링 《난쟁이 휘파람 소리》관찰시조집《민들레 행복론》《탈옥을 꿈꾸며 》관찰산문집《고개숙인 날들의  기록》, 체험적 창작론《조사에게 길을 묻다》, 전원 에세이 《손!》등

수상: 제1 회 남제주군 으뜸군민상(산업 문화 부문),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등 다수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현 제주작가회의) 제주도지회장 역임, 월간《농업사랑》(2001~2006), 월간 《시조갤러리》(2008~2018) 발행인, 한국작가회의 회원.

김항신 시인
▲ 김항신 시인 ⓒ뉴스라인제주

푸른 청춘이던 시절,
하얀 눈송이만 내려도 창백한 불빛들이 창백해서 더 고왔던 시절,
고향이 그리워 굴뚝새가 슬피 울던 날
추워서 파르르 꼼지락 대던 주린 속, 겨울 국화 빵  한 닢으로 속을 달래고 라면 반쪽으로 배를 채우던 학창 시절,
시인은 '잉여인간'과 함께 살았단다.
꼬이는 듯 풀리는 듯 라면 냄비 같은 인생이었던 외로움과 고난과 반역들 속에 동그란 동국 송이냄비에서 보일 때
끓는 젊은 피가 불타오를 때
하얗게 피어오른 저 십 구공탄처럼 지새우던 날들

라면의 힘! 이, 그때의 라면이 얼마나 소중 한 것인지를 새삼 느껴보는 시간, 모든 자양분을 빨아올렸던 그때의 세월, 하얗게 불태웠던 그때가 힘들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 아닐까.[글 김항신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