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지젝*의 대답
여태 바라본 것
당신과 나
우리 살아 숨 쉬는 사이
저 작은 -틈
- 이성진
*슬라보예 지젝(1949.3~ ) 슬로베니아 출신 철학자이자 문화비평가
<이성진 시인>
계간 시와편견 등단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동인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않네' 등 다수 공저
슬라보예 지젝이 디카시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나 오락, 심지어 외설적인 표현까지 동원해 헤겔이나 라캉 등 근엄한 철학을 재해석합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기도 하고 '문화이론의 엘비스 프레슬리' 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저는 그의 저서 한 권과 그에 대해 쓴 책 두 권을 읽었는데도 불구하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젝을 가리켜 '사이의 철학자'라고 합니다. 사이, 틈, 하이픈 모두 같은 의미입니다.
지젝을 이해하는데 이 사이(틈 )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이'는 비어있는 공간이고 '사이'는 또 연결할 수도 분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이'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을 사유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 '사이'를 현대시의 발현지로 보기도 합니다.
현상너머의 현상을 노래하는 디카시도 어쩌면 이 사이를 사유하는 일일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 디카시를 보겠습니다
화강암 계단 수분도 흙도 안 보이는 어디에 저 씨앗이 자랄 환경이 있었을까요.
바로 틈이지요 틈이 씨앗을 품은 겁니다
틈이 씨앗에게 살아갈 공간을 제공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 야생초에게 틈은 생명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나치게 논리적이고 빈틈없는 사람은 똑똑해 보이기는 하지만 현명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인간미가 없다'라는 말을 합니다. 속담에 물이 너무 깨끗하면 물고기가 살 수 없다고 하지요.
저는 틈이 있는 사람이 좋습니다.
틈을 통해 물도 스며들고 햇볕도 들고
통풍도 되는 거지요.
내 안에 작은 틈을 하나 내 보세요
그 틈이 숨구멍이 됩니다. 그 틈을 통해
친구도 들어오고 사랑도 들어올 것입니다.
시를 쓰거나 스포츠를 즐기거나 또 다른 취미도 결국 삶의 숨구멍입니다.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숨구멍 하나 만드십시오. 그것이 당신에게 윤기나는 삶을 제공할 겁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