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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4) 목을 길게 뺀 한 마리 순한 악어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4) 목을 길게 뺀 한 마리 순한 악어
  • 강상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0.14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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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강정동 서건도 ‘악어바위’
서건도
▲ 서건도 ⓒ뉴스라인제주

# 서건도

서건도를 찾아가려면 서귀포시 월드컵 경기장을 지나 오른쪽을 돌아가면 서건도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 표지판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면 눈앞에 서건도가 보인다.

서건도라는 이름은 땅이 척박한 데서 유래되었다고 하기도 하고, 고래가 물 빠진 구덩이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 썩어서 ‘썩은섬’이라 했다고 한다.

이보다는 섬의 암석이 잘 썩는 응회암으로 이루어져서 붙여진 이름이다. 실제 섬은 바다 속에서 폭발한 화산체에서 형성된 응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응회암은 썩은 바위처럼 쉽게 부서진다. ‘썩은섬’의 음이 변하여 ‘석근섬’이라고도 하고, 이는 다시 ‘서건섬’이라는 변음이 되어 ‘서건도’라는 섬 이름으로 표기된 것이다. 한자로는 ‘부도(腐島)’라 표기하기도 한다. 지금 일반 지도에는 ‘서건도’라 표기되어 있으나 이는 국립지리원에서 지명 조사할 때 ‘썩은섬’을 잘못 표기한 것이라 한다.

서건도는 남북이 200m, 동서가 120m되는 섬으로 섬의 북쪽 1/2은 응회암으로 되어 있고, 남쪽 1/2은 조면안산질 용암으로 되어있다. 서건도 북쪽의 해안선은 ‘논케왓’라고 부르는 넓은 원형의 분지가 있다.

서건도로 들어가기 전 만난 두꺼비 닮은 바위
▲ 서건도로 들어가기 전 만난 두꺼비 닮은 바위 ⓒ뉴스라인제주

# 제주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

서건도는 제주의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곳으로 조수간만의 차로 바다 갈라짐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모습이 이 섬의 매력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학생들의 소풍장소로 이용했었다고 한다.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며, 체험 관광 명소로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은 섬 주변을 한 바퀴 산책한 뒤 물이 차오르는 시간에 맞춰 육지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올레 7코스를 지나는 관광객들은 서건도의 색다른 바닷길에 넋을 잃고 그저 쳐다볼 뿐, 서건도까지 다가가질 주저한다. 섬의 특성과 간·만조 시간대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서건도에 건너갔다가 자칫 섬 속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건도 악어바위 앞에 있는 뱀머리 닮은 바위
▲ 서건도 악어바위 앞에 있는 뱀머리 닮은 바위 ⓒ뉴스라인제주

# 서건도 가기 전 만난 ‘두꺼비 바위’

최근 생태체험이 관광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서건도 바닷길을 새로운 생태관광 자원으로 가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건도는 독특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일각에선 연륙교의 설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연륙교가 설치되면 자연환경이 파괴되고 섬의 매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해안에서 서건도까지 300m 물이 빠지면 돌밭을 걸어 섬으로 가는 길에 바닷게와 보말, 낙지 등 해산물을 직접 잡을 수 있는 등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최고의 생태체험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필자가 찾아간 날이 마침 물이 빠지는 썰물 때여서 바닷물이 완전히 갈라져 시원스럽게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서건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 저곳에서 보말이나 해산물 등 해산물을 잡고 있고 모습이 눈에 띈다.

물이 빠진 바닷길을 걷는다. 물이 금방 빠진 때라서 그런가. 아니면 몽돌길이라서 그런가. 바닥이 미끄럽다. 조심해서 건너가기 시작한다. 조금 가니 중간에서 만난 개복치 닮은 바위가 입을 벌리고 있다.

왼쪽에는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바위이다. 이 바위도 분명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알 수가 없다. 한 마리 곰 같기도 하고, 물개 같기도 하다. 한편으로 보면 두꺼비처럼 보이기도 한 바위이다.

웅크리고 앉은 채 서건도를 향해 바라보고 있다. 그도 아니면 서건도가 무사한지 지켜보고 있는 수호신격인 바위 형국이다. 이 바위를 돌아서 보면 독수리가 서건도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서건도 응회암. 고슴도치같이 생겼다
▲ 서건도 응회암. 고슴도치같이 생겼다 ⓒ뉴스라인제주

# 서건도에 들어가다

이 바위를 뒤로하고 섬을 지키고 있는 물허벅상을 지나 나무계단을 타고 서건도를 들어간다. 서건도에 들어가면 동쪽으로는 범섬이 서쪽으로는 해군기지가 눈에 들어온다.

서건도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해 있어 무인도가 아닌 그냥 섬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밖에서 봤을 때는 조그맣게 보이는데 실제로 섬에 들어가니 바다는 보이지 않고 수풀만 우거져 있다.

서건도 탐방길을 가다보면 바닷가로 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그곳에 내려가면 서건도의 토질에 대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서건도는 13,367㎡로 작은 섬이나 기원전 1세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 파편과 동물 뼈 등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선사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보는 사람도 있다. 바닷가로 내려가니 응회암으로 이루어진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생쥐 같기도 하고, 고슴도치 같은 바위다.

서건도의 백미 ‘악어바위’
▲ 서건도의 백미 ‘악어바위’ ⓒ뉴스라인제주

# 악어바위

동서장방형에 남북으로 약간의 경사가 이루어져 비스듬히 누워있는 듯한 서건도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서쪽에 비해 동쪽이 거대한 기암괴석이 많다.

동쪽 산책로를 따라 가면 문득 눈에 들어오는 바위가 있다. 뱀 머리 닮은 바위가 눈을 감고 있는 듯한 바위가 있다. 바로 그 앞에 서건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악어바위가 목을 길게 빼고 있다. 이 바위는 자라목 같이 생겼다. 한편으로 보면 코끼리가 코를 길게 내밀고 있는 형국이다.

사람들은 간혹 이 바위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곤 하는데 이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바위를 보호하기 위해서나 안전을 위해서 올라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바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꼭 악어처럼 생겼다. 뚜렷한 코와 전체적인 형상이 영락없이 악어모습이다. 그래 서 사람들은 이 바위를 악어바위라 부른다. 성에 차지 않으면 당장 덤벼들 것 같지만 이 바위는 순한 한 마리 어린 악어처럼 생겨 그렇게 덤벼들 것 같지는 않다. <글 강상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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