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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가 있는 목요일](46) 여름이 돌아앉아 속삭입니다
[디카시가 있는 목요일](46) 여름이 돌아앉아 속삭입니다
  • 구수영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0.14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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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숙 시인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여름이 돌아앉아 속삭입니다

    가을이 되면 우리 
  곱게 치장하고
  한곳에서 뭉치자고


   _ 권오숙
 

권오숙 시인
▲ 권오숙 시인 ⓒ뉴스라인제주

<권오숙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강동시회 회원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등 공저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몇 년 전 텃밭에 배추 모종 오십 개를 심었지요. 아침저녁 물 주고 풀 뽑아주며 돌보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 나타난 벌레들이 제 배추에게 몹쓸
짓을 합니다 갉아먹고 뜯어먹고 그것도 부족해 시퍼런 알을 낳고 대소변까지 보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저는 집개를 들고 내 배추를 몰지각한
벌레들로부터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요. 이웃들은 벌레를 완전하게 퇴출시킬 화학적 방법을 제시했지만 저는 배추를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벌레에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그해를 마지막으로 배추 농사는 끝났지요
그 후 싱싱한 배추를 보면  배추에게도 농부에게도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시 쓰기는 사물에게 말을 거는 것이라고 했지요 오늘 시인은 잘 자란 배추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다닥다닥 서로 기대고 있는 건강한 배추에게서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우리들의 소망을 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잃어버린 낱말사전이 있다면 제일 첫 번째가 '뭉치자'라는 말일 겁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라는 웃지 못할
구호도 생겼었지요.
뭉치자는 말이 사라진 단어라면 '비대면'은 요즘 가장 많이 쓰는 말입니다
말은 시대와 사회의 흐름을 적극 반영한다지요 작년에 구글에서 '비대면'이라는 낱말을 쳤더니 천육백만 개가 검색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비대면은 우리 일상 속에 완전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얼마 전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지인들에게 물었더니 첫 번째가 여행이랍니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가는 게 아니라 심장이 떨릴 때 가야 하고 어디로 가는 것보다 누구랑 가는가가 중요하다' 즉
다리가 아파서 집 나서기가 어렵기 전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뭉치고 싶다는 말이지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이 어렵다면 공존을 하며 일상 회복을 해 나가야지요.
그래서 이번 가을에는 우리도 뭉칩시다
배추 모종도 지독한 벌레와 가뭄과 장마를 이겨냈는데요
뭉쳐서 밥도 먹고 사랑도 하고 음악회도가고
경기장에가서 응원도 하고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집니다.

[글 구수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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