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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3) 승천하려다 뜻 못 이룬 용의 몸부림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3) 승천하려다 뜻 못 이룬 용의 몸부림
  • 강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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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0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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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용담동 ‘용두암’, 용연 ‘병풍바위’
영두암. 용이 포효하며 바다 수면에서 막 솟구쳐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 영두암. 용이 포효하며 바다 수면에서 막 솟구쳐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뉴스라인제주

# 용두암

용두암은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있는 기암으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바다 속 용궁에서 살던 용이 하늘로 오르려다 굳어진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용두암 또는 용머리라고 부른다. 바다 속에 잠긴 몸통의 길이가 30m, 바다위로 나온 머리높이가 10m쯤 된다. 화산용암이 바닷가에 이르렀을 때 식어 해식(海蝕)을 받아 형성된 것이다. 용두암은 클링커 층과 용암 암맥의 발달된 특징을 보여준다. 옆에서 보면 용머리 모양을 하고 있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얇은 판을 길게 세워 놓은 모양으로 일종의 용암벽이라 할 수 있다. 약 50∼60만년전의 용암류로 구성되어 있는데, 암석이 모두 붉은색의 현무암질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용두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암괴석
▲ 용두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암괴석 ⓒ뉴스라인제주

# 용두암 전설

용두암은 용암이 위로 뿜어 올라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지질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크다고 생각된다. 용두암 서쪽 계단을 내려가면 해녀들이 갓 잡아온 해삼, 멍게 등 해산물을 맛볼 수도 있다.

용두암은 많은 전설이 내려온다. 옛날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것이 소원이던 한 마리의 백마가 장수의 손에 잡혀 그 자리에서 굳어져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 다른 전설은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혹은 아득한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한라산 신령이 쏜 화살을 맞고 바다로 떨어졌는데, 몸 전체는 바다에 잠기고 머리 부분만 바다 위로 나와서 울부짖는 용머리 모습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리고 한 장수의 손에 잡힌 백마의 머리가 굳어져 생겨났다는 설로 이는 용두암이 생긴 연유를 설명하고 있다. 용두암은 이름 그대로 용이 포효하며 바다 수면에서 막 솟구쳐 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 용두암은 석양 속에서 이 기암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용이 꿈틀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인다.

바람이 심하고 파도가 거친 날에는 금세 꿈틀거리는 용이 하늘을 향해 오르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치 천지개벽이 이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신의 노여움 속에 용이 ‘우우우’ 울부짖으며 바다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용두암 서쪽으로는 도두~이호까지 해안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용담동 해안도로에는 다끄내 포구와 도대불, 해신당, 수근연대, 어영개, 소금빌레 등이 있어 다양한 제주의 삶과 문화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용연. 물이 맑고 짙푸르러 '취병담(翠屛潭)'이라고 부른다.
▲ 용연. 물이 맑고 짙푸르러 '취병담(翠屛潭)'이라고 부른다. ⓒ뉴스라인제주

# 용이 살았던 연못 ‘용연’

용두암 동쪽 한 200m 쯤에는 용연이 있다. 용연은 원래 물이 맑고 깊어 옛날에는 ‘용두암에 사는 신용(神龍)이 이 물에서 놀았다.’고 하고, ‘용이 살았던 연못’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선인들은 ‘신선들이 노니는 못’이라 해서 선유담(仙遊潭)이라 하기도 하고, 물이 맑고 짙푸르러 ‘취병담’(翠屛潭)이라고 부른다.

신선이 놀던 곳은 이곳 용연 말고도 경기도 포천시 백운계곡에 있는 선유담이라는 곳도 있다. 신선들은 산기슭을 끼고 돌며 구비치는 영평천의 물빛에 반하였다. 신선들은 그 물에서 목욕을 하며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고 한다. 지금도 암벽에는 임진왜란 때 양사언이 썼다는 ‘선유담(仙遊潭)’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용연 구름다리. 정자와 어우러져 있는 계곡의 절경을 볼 수 있다.
▲ 용연 구름다리. 정자와 어우러져 있는 계곡의 절경을 볼 수 있다. ⓒ뉴스라인제주

# 병풍바위

용연은 용담1·2동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이다. 제주시 서쪽에 형성되어 있는 한천 하류의 연못으로 동한두기와 서한두기 사이의 소(沼)를 말한다. 가뭄이 심할 때 용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용이 비를 내려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용연계곡은 한라산 백록담 북쪽에서 발원하여 방선문을 거쳐 용담동 용연에 닿는다. 이 계곡은 바다와 맞닿은 하천으로 제주도에선 가장 긴 하천이다. 이 계곡은 용왕의 사자가 드나들던 곳이라 하여 ‘용연’ 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못의 양쪽으로 높이 7~8m의 높이의 웅장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있다. 이를 병풍바위라 한다. 용연은 물속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을 정도로 맑은 물빛을 간직하고 있다.

예부터 제주목사를 비롯한 선비, 묵객들이 풍류를 즐기는가 하면 외로움을 달래는 뱃놀이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특히 여름밤에 보름달이 둥실 떠오를 때는 그 정취가 선경 같으며 용연야범(龍淵夜帆)은 영주10경 중의 하나로 용연야범을 재현한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용연을 구성하고 있는 암석은 수직절리(垂直節理)가 발달된 V자 계곡에 조면안산암으로 현무암에 비해 조각하기 쉬워 선인들은 이곳에 마애명을 새겼다.

이렇듯 용연의 양쪽 암벽에는 이곳을 찾은 옛사람들의 자취가 새겨져 있는 마애명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이 마애명 일부는 세월이 흐르면서 소금기로 덧칠한 듯 석화 현상과 마모가 되어 글자 자획의 선명치 않은 것이 있다. 또한 용연의 풍광을 한시로 찬미한 4점의 제영(題詠)과 17점의 제주목사 일행과 문인의 제명(題名)이 당시 선인들의 호기와 전통의 멋과 풍류를 전하고 있다.

용연의 구름다리도 건너볼 만하다. 이 용연 구름다리는 지난 1987년에 안전문제로 철거됐다가 2005년 4월 길이 52m, 폭 2.2m로 재완공 됐다. 용연 구름다리에서는 정자와 어우러져 있는 계곡의 절경을 구경할 수 있다. 구름다리에서 옆으로 조금만 내려가면 용연 통물 샘물터가 있다. 이 샘물터는 용연과 구름다리와 더불어 용연천의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자연유산이기도 하다.

서자복과 동자복
▲ 서자복과 동자복 ⓒ뉴스라인제주

# 서복신 미륵과 꼬추바위

용연주변 동한두기 용화사내에 서복신 미륵이 있다. 서자복이라고 불리는 복신미륵(福神彌勒)이 있다. 예전에 만수사라는 절터에 있었다는 이 미륵은 아주 소박하게 생겼다. 이 미륵옆에 동자미륵 또는 동자보살은 75cm, 둘레 100cm 정도 되는 석상이 있는데 남

근 모양을 하고 있다. 일명 ‘꼬추바위’다. 이 바위 위에 걸터앉아 엉덩이를 비비며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고 한다. 또 용왕신앙과 복합되어 해상어업의 안전과 풍어, 출타, 가족의 행운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예전에 이곳은 해륜사, 일명 서자복사라고 불렀다.

용화사 경내에 들어서니 오른쪽에 미륵이 온화한 얼굴로 서있고, 누군가가 미륵에게 치성을 드리고 간 흔적이 남아 있다. 머리에는 패랭이와 비슷한 벙거지형 모자를 썼고, 얼굴은 계란형으로 아담하게 표현되어 있고, 코를 크게 새긴 점이 특이하다. 두 손을 가슴부분에 얹어 있다. 높이는 2.73m 둘레는 3.15m의 기자석상(祈子石像)이다. 양손은 가지런히 펴서 가슴에 대고 있다.

이 미륵은 민간에서 명복신으로 숭배되어 왔다. 이 미륵을 ‘큰어른’이라 부르며, 그 자비에 대한 신앙은 절대적이다. 서자복 미륵과 함께 살펴볼 것이 건입동에 있는 동자복 미륵이다. 동자복 미륵이 있는 곳은 옛 만수사(萬壽寺)가 있던 곳으로 예부터 미륵밭이라고도 불렀다. 미륵불의 크기는 2.90m이며 형태는 달걀모양의 둥그스름한 얼굴에 벙거지와 유사한 감투를 쓰고 있다.

옛날 건입동에는 이 미륵을 잘 모시지 못해 망하는 집안이 있었고, 미륵으로 인해 부자가 되거나 득남한 경우도 있다. 이 미륵은 집안의 조상신으로 신앙되어 명절이나 제사 때에 같이 모시게 되며 가끔 스님이 와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제주의 미륵신앙은 기자신앙(祈子信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미륵불에게 정성을 다하면 아들을 얻는다는 것이다. 조선후기에 뒤늦게 형성된 남아선호사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글 강상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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