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태풍 후유증
더 둥글어졌다
모 하나 또 깎아 냈다
파도를 품안는
가슴의 각도가 커졌다
내가 더 넓어졌다
-정백락
<정백락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모던포엠 시 등단,
시조시학 시조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열린시학회
디카시집 ‘수壽’, 시집 ‘달빛을 줍는 시인들’ ‘나비의 짧은 입맞춤’ 등 공저
경북대학교 전임 외래교수
페르소나 (Persona)는 본래 연극에서 배우가 쓰는 '가면'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하지요. 가령 '마틴 스콜세지'감독은 '로버트 드 니로'가
페르소나였고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는 배우 송강호라고 합니다.
그러면 시인에게는 페르소나가 없을까요 저는 있다고 봅니다. 특히 디카시에서 시인의 페르소나는 사진에 나타나 있지요 사진 속의 사물이 곧 시인
자신이니까요
태풍 후유증
더 둥글어졌다
모하나 또 깎아 냈다
파도를 품 안은
가슴의 각도가 커졌다
내가 더 넓어졌다
태풍 '찬투'가 지나고 난 뒤 영덕 해변에서 만난 몽돌을 통해 시인은 노래합니다 태풍이라는 무시무시한 위기를 떠나보내고 나서 보니 몽돌의
모가 또 닳아졌다고
몽돌은 이미 동글동글 해진 돌인데 어디에 또 모가 있었을까요
살면서 우리가 마주치는 위기가 태풍뿐일까요
예고 없이 들이닥치는 교통사고 같은 것들
그 앞에서 당황하고 넘어지는 일은 다반사입니다
상처 입기도 하고 그 상처가 다른 상처를 만들기도 합니다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
이 정도쯤이야 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 위로하는 것
그것이 몽돌의 품을 넓히는 것이지요.
곧 시인 자신의 품이 넓어지고 더 큰 세계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펜터믹 이라는
초대형 태풍 한가운데 있습니다.
태풍 후 파도를 품고 노래를 부르는 몽돌처럼 우리의 삶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태풍 후유증이 아니라 태풍이 가져다준 선물이 될 수도 있겠지요.
시련을 겪고 난 후 더 단단해지는 사람
우리가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몽돌해변에 가면 꼭 파도 소리에 귀 기울여 보십시오. 바닷물이 들락날락하며 만드는 소리,
2000년 환경부가 뽑은 '아름다운 한국의 소리 100선'에도 뽑혔다지요
저 포착시속에서 몽돌의 노래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