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6 18:02 (금)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 자손 번영을 향한 애절한 마음 ‘용알바위'
[강상돈의 기묘한 제주의 바위이야기](1) 자손 번영을 향한 애절한 마음 ‘용알바위'
  • 강상돈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09.02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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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이도동 삼성혈 ‘용알바위’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뉴스라인제주는 <강상돈 칼럼>을 연재합니다. 제주 곳곳에 산재한 기암괴석, 바위 현장을 갔을 때의 느낌과 감정, 제주인의 삶의 터전과 문화 현장을 나름대로 살피나가고자 합니다. 강상돈 시인이 써내려가는 칼럼 [기묘한 제주의 바위]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註]
 

강상돈 시인(필자)
▲ 강상돈 시인(필자) ⓒ뉴스라인제주

[기묘한 제주의 바위 연재를 시작하며]

제주는 어딜 가나 기이하면서도 신기한 바위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바위들은 우리와 호흡을 같이 해오는 등 제주인의 삶의 현장과 문화를 대변하기도 한다.

필자는 지질학자도 아니요, 바위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우리 선조들이 수 천 년 이상을 함께해온 바위들이 개발이란 이름으로 파괴되고,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바위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리 볼품없는 바위라 할지라도 ▲바위에 대한 전설 등 이야깃거리가 있는 바위, ▲비록 이야깃거리가 없다 해도 기이한 모양의 바위, ▲예부터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바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끌만한 바위 등에 초점을 맞추고 바위 현장을 찾아 나섰다.

관련서적이나 향토지, 인터넷, 언론매체 등 여러 자료를 뒤지며 바위에 대한 지식을 얻고, 무슨 이상한 바위가 있다는 말만 들어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산과 들로 바다로 하천으로 돌아다녔다.

성에 차지 않아 어떤 곳은 두세 번 찾아간 곳도 있고, 그러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한 바위도 있다. 분명 바위 이름이 있을 것이지만 파악이 안 된 바위들은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기묘한 바위들을 발견할 때마다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를 느끼게 된다. 바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보면 겸허한 마음가짐과 겸양의 미덕을 자연스럽게 갖게 된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기묘한 제주의 바위”는 바위에 대한 내용이 정설과는 다소 벗어나 한갓 추론에 머무를 수도 있을 것이며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도 들어갈 수가 있을 것이다. 기암괴석 탐방은 10년이 훌쩍 넘어서 탐방당시와 내용과 관련 사진 등 현재와는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지만, 제주의 바위 문화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바위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연재를 하게 되었다.[필자 ]

삼성혈
▲ 삼성혈 ⓒ뉴스라인제주

 # 삼성혈

삼성혈은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삼을나 삼신인(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이 이곳에서 동시에 태어나 수렵생활을 하다가 우마(牛馬)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벽랑국(碧浪國) 삼공주를 맞이하면서부터 농경생활이 시작되었으며 탐라왕국으로 발전하였다고 전한다.

삼성혈 입구에는 1971년 8월 25일에 제주특별자치도 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된 돌하르방 4기가 있다. 삼성혈 중앙에는 세 개의 지혈이 있는데 주위에는 수백년 된 고목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모든 나뭇가지들이 혈을 향하여 경배하듯이 신비한 자태를 취하고 있다.

품(品)자 모양의 지혈에는 삼성혈의 기운을 이어받고 있어서인지 아무리 비가 많이 오거나 눈이 내려도 일 년 내내 고이거나 쌓이는 일이 없는 성혈로서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경탄을 금치 못한다.

사실 구멍에 물이 고이지 않는 것은 제주 화산 지역의 특징이고 나무가 혈 쪽을 향해 경배하듯이 있는 것은 식물의 항일성 때문이지만 묘하게도 삼성혈 전설과 잘 어울린다.

삼성혈은 조선 중종 21년(1526) 이수동(李壽童) 목사가 처음 표단과 홍문을 세우고 담장을 쌓아 춘·추봉제(春·秋奉祭)를 지내기 시작한 이래 역대 목사에 의하여 성역화 사업이 이루어졌고 현재에도 매년 춘추대제와 건시대제를 지내고 있다.

용알바위
▲ 용알바위 ⓒ뉴스라인제주

# 용알바위

삼성혈 경내에는 주목할 만한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건시문을 바로 지나면 왼쪽으로 소나무 앞에 나지막하게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주도민은 물론 관람객들이 어떤 바위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친다. 조경용으로 그냥 갖다 놓은 것 같지만 평범한 바위가 아니다.

높이는 대략 1m, 넓이 80cm쯤 되는 이 바위는 현무암으로 매끄러운 형태를 하고 있다. 고양부 삼성의 정기를 받기 위해서인지 둥그런 구멍 세 개가 파여져 있다. 인공적으로 판 것인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지 알 수는 없으나 매끄러운 형태를 하고 있다. 구멍의 크기는 한 개는 10cm 정도, 나머지 두 개의 구멍은 그 보다는 훨씬 크다.

이렇듯 바위에 구멍이 파여져 있는 것을 ‘알터’라 말한다. 이 ‘알터’는 신석기시대 고인돌에 나타나기 시작하여 청동기 시대에 많이 새겨졌다. 10cm 미만의 것을 알터, 알터가 있는 바위는 알터바위라 부르고, 10cm 이상의 것은 용알터, 용알터가 있는 바위는 용알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크지 않고, 작은 것임에 비추어볼 때 삼성혈 바위의 구멍은 1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개는 구멍의 규모가 좀 크다고 보여 진다. 따라서 앞에서 알터에 대해 설명했듯이 이 바위를 ‘용알바위’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된다. 알터바위나 용알바위나 그 기능이나 주술적 행위는 같다고 할 수 있다.

남근바위가 남자의 상징이라면, 여자의 상징인 여근바위나 알터바위, 용알바위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 바위들은 모두 남근바위와 조화를 이루어야 풍작을 이룰 수 있고 자손을 이어갈 수 있다.

전국에는 남근바위나 알터바위, 용알바위가 많이 존재하고 있다. 제주에는 석굴암의 남근석이나 천왕사의 남근석 등이 있고, 알터바위나 용알바위는 대정향교 옆 단산이나 이곳 삼성혈에 있는 용알바위가 유일하다.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숫자 ‘3’은 특별한 수로 인식되어 왔다. ‘3’은 길수(吉數) 또는 신성수(神聖數)라 최상의 수로 여겨져 왔다. 옛 선현들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이 세계가 완성되고 살아 움직인다고 보았다.

이처럼 天, 地, 人을 기본으로 하여 완성과 안정을 상징하고 있는 3수는 우리나라 시조신인 환인, 환웅, 단군의 삼위일체적 존재로 그 신성함을 더한다. 즉 ‘3은 완성된 하나’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삼성혈 용알바위도 그 구멍이 세 개인 점으로 비춰볼 때 하나의 완성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신성함이 들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용알바위
▲ 용알바위 ⓒ뉴스라인제주

# 치성을 드렸던 ‘용알바위’

삼성혈 용알바위가 놓인 배경과 기원은 기록이 없어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구멍이 세 개인 점으로 보아 삼성혈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바위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이렇듯 이 바위는 삼성혈과는 어떠한 형태로든 연관이 되어있어 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껏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거운 돌인 점을 감안한다면 예전부터 건시문 주변에 있던 바위일 것으로 추측된다.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에 따라 만물이 변하기 마련인데 이 바위도 원래 있던 위치에서 벗어나 지금이 위치로 옮겨졌을 것이다.

예부터 우리 민족은 아이를 얻기 위해 삼신할머니와 연관 지어 아이의 잉태를 빌곤 했다. 삼신할머니의 점지가 있어야 아이를 얻는다고 믿어왔다. 전국에 있는 용알터는 자손을 구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낸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혈 용알바위도 고양부 삼성의 정기로 아이를 얻고, 또 삼신할머니의 점지로 아이를 얻기 위해 치성을 드렸던 바위가 아닌 가 조심히 짐작해본다. 아이를 갖기 위해 치성을 드렸던 바위가 용알바위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많이 낳고 싶어 하는 염원은 누구나 똑같다고 할 수 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남근바위나 여근바위 등을 향해 치성을 드리며 소원을 빌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주술행위는 우리나라 어딜 가나 똑같다.

이런 점에서 삼성혈 용알바위도 이러한 주술행위로써 아이를 얻기 위한 풍속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또 자손 번영을 향한 애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는 바위는 아닐까 조심히 생각해본다.

삼사석비
▲ 삼사석비 ⓒ뉴스라인제주

# 삼사석비

삼성혈에서 화북에 위치한 삼사석비를 향해 간다. 15분쯤 가니 길옆에 삼사석지라 적힌 표석이 보인다. 바로 그 옆에 1971년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 제4호로 지정된 삼사석비가 있다. 삼사석비 왼쪽으로 아름드리 팽나무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배롱나무가 삼사석비를 호위하듯 서 있다. 삼사석비는 제주의 삼성신화와 관련이 있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다.

삼사석은 이 삼신인이 벽랑국 공주를 배필로 정한 후 터전을 정하기 위해 화살로 쏘았는데 그 화살이 꽂혔던 돌이다. 비록 작은 돌이지만, 그 돌이 전하는 제주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글 강상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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